12월 13일 방영된 ‘미디어포커스’는 1971년 6월 열렸던 ‘덕소 모임’과 관련해 윌리엄 포터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전문을 소개하면서 한국 언론의 친미성향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제시했다. 동아일보가 이 모임에서 미국대사를 매개로 권력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격담에 그칠 수 있는 이 자료는 관련 당사자에게 확인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KBS로부터 아무런 확인전화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참석 인사들이 ‘동아일보가 권력에 줄을 대려면 왜 그 자리에 김영삼 김대중씨 같은 야당 지도자들을 초청했겠느냐’며 이의를 제기한 것은 KBS 보도가 왜곡된 것임을 보여준다. 포터 대사의 전문 내용을 일부만 발췌해 소개한 것도 KBS 보도의 의도성을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에서 KBS는 1945년 동아일보의 복간 과정을 다루면서 전문가의 설명을 내보냈으나 해당 전문가가 동아일보 인쇄를 거부했던 경성일보와 매일신보 노조가 좌파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고 말한 부분은 방송에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방공간에서 민족진영과 우익을 대변한 동아일보는 좌익의 공격 대상이었다. 시청자들이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해하려면 배경 설명이 필수인데도 KBS가 이를 배제한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공영방송이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정통성을 해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동아일보 기사가 한국 국민을 자극해 반탁운동을 일으켰고 남북분단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 것 역시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억지논리다. 당시 좌익도 반탁을 지지하다 찬탁으로 돌아선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닌가. KBS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