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조경복/"방송사 시상식은 공신들의 집안잔치"

  • 입력 2004년 1월 2일 18시 02분


“상(賞)이라는 것은 받을 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SBS TV 드라마 ‘완전한 사랑’을 집필한 작가 김수현씨는 1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www.kshdrama.com)에 ‘2003 SBS 연기대상’에 대한 불쾌감을 이같이 드러냈다.

이 시상식에서 대상은 드라마 ‘올인’의 이병헌이, 남녀 최우수연기상은 ‘완전한 사랑’의 차인표와 ‘올인’의 송혜교가 받았다. 대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완전한 사랑’의 김희애는 네티즌이 뽑는 인기상인 ‘SBSi상’과 10명이 한꺼번에 받는 ‘10대 스타상’에 그쳤다.

김씨가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김희애에 대한 ‘홀대’. 김씨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혼신을 다했던 김희애씨가 ‘마땅히 탈 만한 상’을 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SBS는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 되는 짓을 했다”고 썼다.

김씨의 배우 사랑이 지나치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있음에도, 방송계에서는 그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이 ‘시청률 공신’들끼리 나눠 먹기식 ‘집안 잔치’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MBC 연기대상’에서도 ‘대장금’의 이영애가 대상을 받자 “시청률이 기준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수 이효리에게 잇달아 대상을 준 SBS ‘가요대전’과 KBS ‘가요대상’에 대해서도 “가수보다 엔터테이너에게 준 상”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방송사측은 매년 이런 지적을 들으면서도 “시청률 제고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SBS는 이번 일에 대해 “김희애가 받은 SBSi상은 대상 다음가는 상이라고 여겨 발표도 대상 직전에 했다”며 홀대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진정한 상은 시청자들이 주는 것이다. 방송사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김씨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수상자 선정에서 시청자보다 ‘집안(방송사)’ 사정이 더 감안됐다는 증거가 아닐까.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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