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제 그가 듣고 싶은 호칭은 '태극기 휘날리며'(2월6일 개봉 예정)의 감독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쉬리' 이후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첫 질문에 그는 예상했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쉬리' 차기작으로 SF 영화와 징기스칸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2001년 8월 두 조감독이 TV에서 6·25특집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 테이프를 들고 왔어요. 내용은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던 늙은 아내가 50년만에 남편의 유해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었죠.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그동안 본 어떤 전쟁영화보다 더 큰 울림을 줬습니다. 이것저것 다 밀어두고 '태극기 휘날리며'에 매달렸죠."
'태극기…'의 탄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전쟁 블록버스터, 순수 제작비 147억7000만원, 톱스타 장동건과 원빈…. 일본에서도 6월 '유니버설 저팬'이 배급을 계획하는 등 벌써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돈을 너무 많이 들인 것 아닌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서도 먼저 돌아온 것은 웃음이었다.
"처음엔 100억 원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쉬리'가 23억원 정도였고 인건비가 3, 4배 뛴 것을 감안했죠. 그러나 예상했던 국방부 협찬이 틀어지면서 제작비가 상승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대략 700만 명대의 관객이 극장에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규모. 그는 "기획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다"며 "밖에서 얼마나 큰 파이를 가져오느냐, 태극기가 어디까지 얼마나 세게 휘날리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태극기…'가 할리우드의 전쟁영화와는 다른 색깔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으로 숱한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막연한 흑백 기록 필름처럼 남아 있어요. 내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누가 잘 했고 못 했고'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으로 내몰린 진태(장동건) 진석(원빈) 형제를 통해 3년여의 시간이 우리 민족에게 무엇을 남겼느냐 하는 겁니다."
지난해 12월23일 그는 생일을 맞았다. 가족이 영화 편집실을 찾아왔지만 그는 새벽 4시까지 작업해야 했다.
"만들고 도전하고 그게 내 길이죠." (웃음)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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