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나의 해]<2>봉평에 '연극인 마을'여는 유인촌씨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29분


극단 유의 유인촌 대표는 “봉평 연극인 마을에서 ‘멀티 플레이어’ 연극인을 키워내겠다”고 새해 각오를 다졌다. -원대연기자
극단 유의 유인촌 대표는 “봉평 연극인 마을에서 ‘멀티 플레이어’ 연극인을 키워내겠다”고 새해 각오를 다졌다. -원대연기자
극단 유의 유인촌 대표(53·중앙대 연극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온 계획을 올해 드디어 실현한다. 이번 여름이 끝날 때쯤이면 강원도의 한 폐교(평창군 봉평면 덕거리 덕거초교)가 ‘연극인 마을’이라는 번듯한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여는 것. 1년 넘도록 그는 폐교의 건물을 스튜디오와 숙소, 세미나실 등을 갖춘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해왔다.

“당장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야외극장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어요. 결국 돈이 문제인데, 사실 저 혼자 하기에는 벅차죠.”

유 대표는 “제대로 하려면 정부나 후원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하루 쯤 쉬어가며 연극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꽤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연극인 마을’은 일단 워크숍 공연 위주로 운영된다. 2, 3년 안에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 예정이다. 장차 봉평에 국제적인 연극 축제를 유치한다는 큰 그림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효석문학관과 이효석 생가가 있는 봉평에서는 매년 ‘효석 문학제’가 열립니다. 멀지 않은 곳에 허브농장과 조각공원도 있어요. 스키장도 가까우니 이제 연극하는 곳만 들어서면 봉평은 문화벨트로 얼추 구색이 갖춰지는 셈이지요.”

‘연극인 마을’에는 ‘즐기는 문화 공간’ 말고도 또 다른 기능이 있다. 그는 이곳을 실력 있는 배우를 키우기 위한 ‘배우 사관학교’로 활용할 생각이다. 극단 유는 올해 신입 단원을 ‘봉평 1기’라는 이름으로 모집하고 있다. 신입 단원이 되면 1주일에 나흘 정도는 ‘연극인 마을’에서 합숙하며 6개월간 철저히 배우 수업을 받게 된다. 단원 선발기준은 연기뿐 아니라 무용과 노래실력 등까지 다양하다.

“연기자는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처럼 대중과 쉽게 만나는 공연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정통연극만으로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어요. 다양한 무대를 빛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년은 극단 유의 창단 1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내년에는 전용극장인 유시어터뿐 아니라 서울의 여러 극장과 봉평 ‘연극인 마을’에서 극단의 히트작들을 엄선해 다시 올릴 계획이어서 올해는 그 준비도 해야 한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해인 만큼 그는 올해 1편 정도만 연극에 출연하고 ‘연극인 마을’과 내년 행사 준비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마침 그는 대학에서 안식년을 맞아 하반기에 해외를 둘러볼 구상도 갖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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