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현장]'거미숲'…선암사 숲속 가득 감우성의 광기

  • 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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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선암사 부근 숲에서 촬영중인 미스터리 스릴러 ‘거미숲’의 주인공 서정과 감우성(오른쪽). 사진제공 오크필름
전남 순천 선암사 부근 숲에서 촬영중인 미스터리 스릴러 ‘거미숲’의 주인공 서정과 감우성(오른쪽). 사진제공 오크필름
7일 전남 순천시 승주초등학교 구강분교. 전교생이 10여명밖에 되지 않는 그림 같은 작은 학교에서 영화 ‘거미숲‘의 촬영이 진행됐다.

살인현장을 신고했다가 되레 용의자로 몰린 방송사 PD 강민(감우성·34)은 알리바이를 입증할 사진관의 신비한 여인 수인(서정·32)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수인의 행방은 오리무중. 강민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단서로 옛 학적부를 뒤진다.

“찾는다는 그 여학생 이름이?”(교감·윤주상)

“예, 민수인이라고.”(강민)

몇 차례 NG 끝에 송일곤 감독(33)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이 작품은 ‘소풍’(1999년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 ‘꽃섬’(200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젊은 비평가상)으로 국제무대에서 더 알려진 송 감독의 신작.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5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크랭크인해 전남 순천의 선암사 부근과 구강분교 등에서 촬영해왔다.

송 감독은 “‘거미숲’은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꽃섬’이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은 양면성을 지닌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와 한 남자의 이야기, 숲의 이미지 등 세 요소가 작품의 뼈대를 이룬다.

이 작품은 지적인 사유가 담긴 작품을 연출해온 송 감독, TV 드라마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섬세한 도시의 감성을 보여준 감우성, ‘섬’에서 도발적 매력을 발산한 서정 등 서로 다른 개성의 만남으로도 주목된다.

감우성은 “드라마에서 연기공부를 할 만큼 했다. ‘그 학교’에서 10년 넘게 연기 공부했으면 많이 한 것 아니냐. 강민 역을 연기하면서 내 자신도 놀라는 광기를 자주 발견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선암사 부근의 별장 세트에서 만난 서정은 “강민의 죽은 아내 은아와 사진관의 신비한 여인 수진 등 1인2역을 맡았다”며 “완성되기 전 시나리오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역할은 꼭 맡아야겠다는 ‘욕망’에 시달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섬’이 남긴 강한 이미지 때문에 감독들이 나를 무서워해 그동안 캐스팅이 잘 안 됐다”는 특이한 해석을 내린 서정. 자신과 일했던 감독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

“‘섬’의 김기덕 감독은 거친 에너지가 넘쳤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는 좀 둥글게 다듬어진 느낌입니다. ‘녹색의자’(올해 중 개봉 예정)의 박철수 감독은 빠르고 주관이 뚜렷하고, 송 감독에겐 철학적인 ‘느림의 미학’이 있죠.”

순천=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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