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경기도 얼어붙었지만 설날 극장가는 뜨겁다.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실미도’의 관객 수가 관심의 초점이다. 이미 관객 600만명 고지를 넘어 700만명을 넘보고 있다. 극장가의 ‘메뉴’도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멜로 사극 드라마 SF 판타지 애니메이션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요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설 극장가를 찾아간다.》
▼실미도-684만명은 언제?▼
‘실미도’는 지난해 12월 24일 개봉된 뒤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사상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평일 14만∼15만명, 주말 60여만명의 관객이 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설 연휴 기간 중 700만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작품의 홍보사인 이노기획은 “개봉 31일째인 23일 684만명을 돌파하면 ‘실미도’에는 가장 행복한 설날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부대가 1968년 4월에 창설돼 ‘684부대’로 불렸음을 언급하며 ‘684만명 돌파 기념 파티’를 공언해 왔는데 이 부대의 인원이 31명이었다. ‘실미도’는 이달 말까지 800만명을, 앞서가던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한발 뒤처져 700만명대의 관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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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의 싸움▼
‘라스트 사무라이’와 ‘페이첵’. ‘라스트…’가 19세기 사무라이 반란사건(1876∼1877년)을 소재로 다룬 반면 ‘페이첵’은 기억 제거 프로그램과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의 등장 등 첨단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반지…’와 ‘실미도’, 흥행 투 톱에 밀려 주춤거리고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전통적으로 국내에서 흥행력이 입증된 톰 크루즈의 스타 파워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을의 전설’을 연출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크루즈를 ‘푸른 눈의 사무라이’로 재탄생시켰다. 액션 드라마 사랑 철학의 주제가 어우러져 있고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사람의 몸으로 만들어낸 액션은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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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첵’은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을 쓴 필립 K 딕의 동명 단편 소설이 원작. 모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거액의 보수를 받는 대신 3년간의 기억을 제거당한 천재공학자(벤 애플릭)의 두뇌게임이 펼쳐진다. 화려한 액션과 퍼즐을 맞추는 두뇌게임이 적절하게 가미된 액션 스릴러. ‘영웅본색’ ‘첩혈쌍웅’으로 국내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가 있는 홍콩 출신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말죽거리의 고민?▼
시인 출신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는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올드 보이’ 등 완성도 높은 ‘웰 메이드’(well-made)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문제는 흥행. 이 작품은 설 대목을 겨냥해 16일 개봉했지만 ‘실미도’의 ‘흥행 파도’와 순수제작비 147억원이 투입된 ‘태극기 휘날리며’(2월 6일 개봉) 등 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말죽거리…’는 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1970년대 청춘의 잔혹사를 솜씨 좋게 담아냈다. 부조리한 사회를 닮은 학창시절에 대한 고교생 현수(권상우)의 분노, 이룰 수 없는 첫 사랑의 내밀한 고통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소룡, 수학의 정석, 노래 ‘등불’ 등 복고 코드가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영화▼
‘피터팬’은 이제까지 알려진 어린이용과 달리 성장의 고통을 겪는 소녀 웬디에 초점을 맞춰 눈높이를 끌어올렸다. 피터팬을 사랑하는 웬디와 어른이기를 거부하는 피터팬, 웬디의 아버지인 소심한 은행원과 후크 선장의 1인2역 등 영화의 새로운 해석이 눈길을 끈다. ‘뮤리엘의 웨딩’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의 P J 호건 감독 연출.
‘브라더 베어’는 먼 옛날 북미 대륙을 배경으로 사랑과 형제애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형의 복수를 위해 곰을 죽인 키나이와 ‘엄마’를 잃은 어린 곰 코다는 긴 여정을 통해 미움이 아닌 사랑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길임을 배우게 된다.
▼두 가지 사랑▼
‘빙우’는 국내 최초의 산악 멜로 영화. 험준한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기억을 그렸다. 캐나다 현지 로케를 통해 촬영된 스펙터클과 통속적이지 않은 멜로 라인이 깔끔하다. 이성재 송승헌 김하늘이 주연을 맡았다. 여성감독 김은숙의 장편 데뷔작이다.
‘내 사랑 싸가지’는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로 신세대의 어법과 감성을 담은 작품. 초고가 수입 자동차를 파손하게 된 여고생 하영(하지원)이 300만원의 수리비 대신 일당 3만원의 ‘100일 노비’가 된다는 내용을 코믹하게 다뤘다.
설연휴 주요 영화 | |||||||||
제목 | 장르 | 등급 | 감독 | 주연 | 개봉일 | ||||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 판타지 | 12세 | 피터 잭슨 | 일라이자 우드 등 | 2003년12월17일 | ||||
실미도 | 드라마 | 15세 | 강우석 | 설경구 안성기 | 2003년12월24일 | ||||
라스트 사무라이 | 역사·전쟁 | 15세 | 에드워드 즈윅 | 톰 크루즈 | 1월9일 | ||||
피터팬 | 판타지 | 전체 | P J 호건 | 제레미 섬터 | 1월16일 | ||||
브라더 베어 | 애니메이션 | 전체 | 아론 블레이즈, 밥 워커 | 호아킨 피닉스 (목소리 연기) | 〃 | ||||
내 사랑 싸가지 | 로맨틱 코미디 | 12세 | 신동엽 | 하지원 김재원 | 〃 | ||||
말죽거리 잔혹사 | 드라마 | 15세 | 유하 |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 〃 | ||||
빙우 | 멜로 | 12세 | 김은숙 | 이성재 송승헌 김하늘 | 〃 | ||||
페이첵 | 액션 스릴러 | 15세 | 우위썬(吳宇森) | 벤 에플릭, 우마 서먼 | 1월20일 |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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