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조미료 뺀 사랑…'안녕! 유에프오'

  • 입력 2004년 1월 2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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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우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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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운전하는 버스 안에서 승객들에게 음악과 함께 사연을 들려주는 ‘짝퉁’ DJ 상현(이범수)과 어릴 적 UFO(미확인비행물체)를 봤다는 시각장애인 경우(이은주).

상현은 UFO를 찾아 이사 온 경우를 버스에서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다. 경우의 제안으로 친구가 된 상현은 그녀가 짝퉁 DJ에 대해 핀잔을 하자 얼떨결에 다른 이름을 대며 거짓말을 한다.

이 작품은 장애가 있지만 당당한 경우와 때 묻지 않은 심성을 지닌 상현의 사랑 만들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욕설, 엽기, 성(性)적 코드, 좌충우돌형의 웃음 등 요즘 유행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 공식을 버리고, 대신 순수하다 못해 건조하게 느껴지는 무공해 사랑과 UFO로 상징되는 판타지를 선택했다.

이 작품은 장애가 있는 사람의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랑 만들기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장애로 초래되는 가족의 반대나 남녀간 갈등 등 상투적 설정은 빠져 있다.

영화는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사랑 이야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의 의사소통 문제로 옮겨간다.

제목과 작품 속에서 다소 엉뚱하게 보이는 UFO는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서로에 대한 믿음을 상징한다. 경우는 시각장애인임에도 UFO를 봤고, 그 순간 한번도 보지 못한 ‘아빠’의 얼굴을 보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영화에서 서울 변두리에 사는 것으로 묘사된 동네사람들도 “유-에포”를 보면 재수가 좋다는 이유로 이를 찾아 나선다.

영화의 결말은 이들을 위한 판타지다. 경우는 또 한번의 기적으로 사랑하는 상현의 얼굴을 보고, 그녀를 믿는 상현은 UFO와의 교신을 시도한다. ‘Love is….’ 이 영화가 들려주는 대답은 ‘그녀가 믿는 것을 믿는 것’이다.

맑고 깨끗한 감성의 영화이지만 자극적인 사랑에 익숙한 관객을 끌어들이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눈물’ ‘쓰리-메모리즈’ 조감독이었던 김진민 감독의 데뷔작.

30일 개봉. 전체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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