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그녀를 믿지마세요' 김하늘 "열심히 사기쳤지요"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10분


“사기꾼 역할을 맡았는데, 시나리오 단계부터 정말 욕심나는 작품이었어요. 그런 만큼 연기욕심도 많이 부려 열심히 찍었죠.”

20일 개봉예정인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감독 배형준)에서 주연을 맡은 김하늘(26)은 작품과 연기에 꽤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영화에서 그는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순박한 시골 약사(강동원 분)의 집을 찾아가 약혼녀 행세를 하는 프로사기꾼으로 등장한다.

SBS 드라마 ‘피아노’(2001년)의 청순가련형 미인이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거짓말 선수’에 끌린 까닭은 뭘까. 그는 “캐릭터가 여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만했어요. 사기 치는 코믹한 부분에 멜로적인 대목도 들어 있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어떤 질문이든 막힘없이 또랑또랑 대답한다. 여리게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성격이 당차 보였다. 무엇보다 의욕과 투지가 느껴졌다. 실제 그는 영화에서 떠나는 열차를 붙잡기 위해 헐떡거리며 뛰어가고, 창문으로 몰래 도망치려다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는가 하면, 3류 나이트클럽 댄서 차림으로 촌스런 가무를 펼치는 등 몸 사리지 않은 코믹연기를 선보였다.

“코미디는 뭐든 많이 발산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죠. 게다가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는 주눅 든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남자를 마구 윽박지르는 캐릭터거든요. 훨씬 통쾌했죠.”

얼마나 영리하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지,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남자는 속이 터지는데 가족들이고 마을 사람들 모두 영주 편만 든다. 그럼에도 영주가 밉지 않은, 미워할 수 없는 깜직한 사기꾼으로 비치는 데는 배우로서 김하늘이 보여준 매력 덕분이다.

“예전에는 멜로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청순하다, 나쁘게 말해 청승맞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웃음). 이제는 연기 폭이 넓어졌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 블록버스터 사이에 끼여 개봉하는데 대한 흥행부담이 없는지 묻자 당당히 말했다. “지금 나온 영화들이랑 장르도 다르고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니까 관객들이 사랑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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