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미소'…시력 잃어가는 사진작가의 홀로서기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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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고통과 홀로서기를 과장없이 그려낸 ‘미소.’  - 사진제공 동숭아트센터
한 여인의 고통과 홀로서기를 과장없이 그려낸 ‘미소.’ - 사진제공 동숭아트센터
사진작가인 소정(추상미). 평소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어느 날 병원에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면서 실명할 수도 있는 ‘튜블러 비전’(망막색소변성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는다.

‘미소’는 예상치 못한 불행을 겪는 한 여성의 고통과 홀로서기를 그렸다.

이 작품의 미덕은 영화적인 과장을 철저하게 배제했다는 것. 사진작가인 여주인공에게 실명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감정의 격한 분출이나 그 흔한 눈물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튜블러 비전’ ‘가족’ ‘미소’ ‘비행’ 등 고리를 이루는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소정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튜블러 비전’은 인간에 찾아온 고통, ‘가족’은 그의 과거, ‘미소’와 ‘비행’은 그가 찾은 홀로서기의 해법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은 극중에 등장하는 반가사유상의 미소처럼 스스로 깨닫는 것이지 남자 친구 지석(송일곤)이나 가족에게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새로운 여성상을 담고 있지만 관념적인 색채가 강해 좀처럼 작품 제목인 ‘미소’를 편안하게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세 친구’(임순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박경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고 임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영화는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저예산 영화로 바뀌었고 추상미는 작품을 살리기 위해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2001년 ‘꽃섬’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송일곤 감독이 지석으로 출연했다. 13일부터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와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상영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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