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재 저술가로 잘 알려진 조화유씨는 MBC뉴스데스크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美 NBC TV 회견’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선 깜짝 방문 소식’ 등이 왜곡 보도됐다며 이를 지적하는 장문의 편지를 동아닷컴에 보내왔다.
조씨는 지난 2월9일자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NBC회견'에 대한 MBC보도와 관련, "MBC가 방송을 교묘하게 편집해 부시가 진행자 팀 라써트의 질문에 대답을 전혀 못하는 바보인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팀 라써트가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해 '앞으로 북한이나 이란에 쳐들어가야만 할 경우 세계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달라'고 대통령께 요구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부시가 잠시 생각한 후 상세한 답변을 했으나, MBC는 마치 답변을 전혀 못한 것 처럼 편집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28일자 ‘추수감사절 때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전격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MBC의 또 다른 C특파원이 "두 시간 반 동안의 이 깜짝 방문 이후 미국 정치권은 더 시끄러워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올지 모르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의식한 정치 쇼."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개인적 편견에 가득차 현지 사정을 왜곡한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언론들은 미국인들이 대통령의 용감한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고 긍정적으로 보도했을 뿐, 누구도 MBC와 같이 부정적으로만 보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MBC 특파원들이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이유는 부시 정권에 대한 편견, 또는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둘 다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씨는 마지막으로 “MBC 특파원들과는 일면식도 없어 사사로운 감정은 전혀 없지만 방송이 가진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곳 사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본국에 전해야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글을 썼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다음은 조화유씨 기고문 전문
한국 MBC-TV 워싱턴 특파원들의 편견과 왜곡으로 가득찬 보도 태도가 한국민의 반미 감정을 부추길까 심히 염려된다.
2월 9일(한국시각) 밤 9시 MBC 뉴스데스크에서 C 워싱턴 특파원은 8일(미국 시각) 오전 부시 대통령이 미국 TV와 가진 단독 회견 내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미국 정치인들의 시험대라는 NBC-TV Meet The Press 대담에 출연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의 이유가 "내버려두면 무기를 가질 것 같아서였다"고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영어로 He could have developed a nuclear weapon over time. I'm not saying immediately, but over time....이라고 말하는 화면에 한글 자막 "(내버려두면) 후세인은 결국 핵무기를 가졌을 것이다. 금방 그럴거라고는 안했다. 점차 그럴거라는 얘기였다">
―진행자 팀 라써트의 추궁이 시작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는 지금 확실한 사실을 원합니다."
<부시가 대답을 못하고 오래 침묵하는 화면이 나온다>
이 보도를 본 시청자들은 부시대통령이 작년에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고 했다가 WMD가 발견되지 않자 "내버려두면 후세인이 핵무기를 가질 것 같아서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을 바꾸었고, 미국 기자가 이 말을 믿지 못하겠으니 확실한 사실을 말해달라고 욱박지르자, 부시는 아무 대답을 못한 것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MBC는 1시간에 걸친 부시의 회견 내용 중 일부만 잘라서 짜깁기 한 다음, 부시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왜곡 보도했다. 이 회견에서 부시는 '개전 당시의 정보로는 이라크에 WMD(핵무기 또는 생화학무기)가 있는 것으로 알았다. 당시에는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후세인 정권이 숨겼거나 외국으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 후세인은 과거에 WMD(여기서는 생화학무기를 가리킴)를 실제로 만들어 사용했다.(자국내 소수파인 쿠르드족에게 사용한 사실 있음) 그러므로 미국이 WMD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큰 무리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말을 두어번 반복해서 말했다. 부시는 결코 "(후세인을 내버려두면) 무기를 가질 것 같아서 전쟁을 했다"고 말을 바꾼 일이 없다. 미국의 어느 신문, 방송도 C특파원 같이 보도한 것을 필자는 보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부시는 이라크 무기가 발견되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고 있다"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에서 전쟁 직전 부시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 생각하니 잘못이었던 같다고 시인했다는 식으로 객관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MBC C 특파원이 이날 보도한 내용 중 가장 심한 왜곡은 회견 질문자 팀 라써트가 Excuse me, Mr. President, we want it now in hard. cold facts.(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는 지금 확실한 사실을 원합니다)라고 말하자 부시대통령은 오랫동안 대답을 못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라써트 자신의 말이 아니라 미국의 공격 위협을 당하고 있는 국가 또는 세계 여론이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가상한 말이다. 라써트가 실제로 한말은
And now, in the world, if you, in the future, say we must go into North Korea or we must go into Iran because they have nuclear capability, either this country or the world will say, Excuse me, Mr. President, we want it now in hard, cold facts.’
(그런데 북한이나 이란이 핵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앞으로 우리가 이들 나라에 쳐들어가야만 할 경우 이들 나라나 세계는 '대통령 각하, 죄송하지만 확실한 사실-증거-을 보여주십시요"라고 말할 것입니다)이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잠시 생각한 후
Well, Tim, I and my team took the intelligence that was available to us and we analyzed it, and it clearly said Saddam Hussein was a threat to America. (중략) He had used weapons. He had manufactured weapons. He had funded suicide bombers into Israel. He had terrorist connections. In other words, all of those ingredients said to me: Threat. (나와 우리 안보팀은 그 당시 수집 가능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후세인이 미국에 위협이 되고있다고 판단했다...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과거에 만들어 사용했었다. 對이스라엘 자살폭파범들에게 돈도 대주었다. 테러범들과도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요소들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의미했다.(중략)
I strongly believe that inaction in Iraq would have emboldened Saddam Hussein. He could have developed a nuclear weapon over time. I'm not saying immediately, but over time, which would then have put us in what position? We would have been in a position of blackmail.
(이라크에 대해 우리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더라면 후세인은 더욱 대담해져서 결국 핵무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우리는 그의 협박을 받는 입장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MBC 보도 화면을 보면 C특파원이 "진행자 팀 라써트의 추궁이 시작됩니다"라고 하고는 라써트가 부시에게 "죄송합니다, 우리는 지금 확실한 사실을 원합니다"라고 저돌적으로 질문을 하고 부시는 전혀 대답을 못한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 부시를 아주 바보처럼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는 위와 같이 상세하게 대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날 MBC 뉴스 데스크를 백악관 당국자들이 보고 이해할 수있었다면 아마 알카에다 방송 쯤으로 오해했을 지도 모른다.
지난 추수감사절 날 부시 대통령이 비밀리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을 때도 MBC는 편견에 가득찬 보도를 했었다. 3명의 MBC 워싱턴 특파원 중의 한명인 C 기자는 작년 11월28일 밤 뉴스 데스크에서 "어제 저녁 바그다드 공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전선의 추수감사절 행사가 열렸습니다. 브레머 최고 행정관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읽으려다 잠시 멈춥니다. 위장막 뒤에서 난데없이 부시가 나타나자 장병들은 아연해하다가 이내 환호를 보냅니다. 칠면조 구이를 직접 받아든 뒤 장병들에게 배식까지 합니다. 두 시간 반 동안의 이 깜짝 방문 이후 미국 정치권은 더 시끄러워졌습니다.
내년 대선을 위한 정치 쇼란 것입니다. 부시 팀이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상할지도 모르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의식해서 이 같은 행사를 급박하게 준비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힐러리가 아프간과 이라크를 방문하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5월 링컨호 함상 쇼에 이어 속보이는 정치 쇼를 계속 연출하는 자를 색출해 내자는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부시가 항공모함에 내려앉았을 때는 그래도 즉석 홍보효과라도 있었지만 이번의 이라크 깜짝 방문에서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경계심리를 발동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듣고 필자는 대방송사 워싱턴 특파원의 현지 보도가 아니라 3류 시사평론가가 서울에 앉아서 자기 편견을 마구 쏟아내는 걸 듣고있는 기분이었다. 언론사 해외 특파원은 주재국의 현지 사정을 가능한 한 정확히 파악하여 본국에 보내는 것이 그 주요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C 특파원의 이날 보도는 미국 사정을 객관적으로 전하는 문장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개인적 편견으로 가득찬 현지 사정의 왜곡이었다. 그의 보도를 들으면, 미국 국민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을 순전히 대선을 겨냥한 정치 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시의 바그다드 전격방문은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할 무렵 보도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용감한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을 뿐, 미국의 어느 신문, 방송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깜짝 방문에 대하여 MBC 같이 부정적으로만 보도하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가 추수감사절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한 것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는게 그의 지지자들은 물론 비판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보도했다.(남북전쟁 때 링컨, 2차세계대전 때 루즈벨트, 한국전쟁 때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자, 월남전 때 존슨과 닉슨 대통령, 코소보 전쟁 때 클린턴 대통령도 전선부대 방문함).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신문인 뉴욕 타임즈는 여러 명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쟁자 측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월남전 영웅인 존 케리 상원의원: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나라를 위해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실패한 이라크 정책은 빨리 수정하기 바란다."
*웨슬리 클라크 장군의 대변인: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해 좋은 일을 한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겠다."
*조셉 리버맨 전 부통령 후보: "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 빨리 장병들이 돌아오게 해야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쟁자 중 부시의 아라크 정책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해온 하워드 딘(월남전 징병 기피자라는 비난도 받고있다)의 대변인조차도 "대통령의 장병 위문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미군은 애당초 이라크에 가지 말았어야 한다" 정도의 비판에 그쳤다고 뉴욕 타임즈는 보도했다.
3대 방송사 뉴스에서는 부시의 이라크 방문 그 자체만 보도했을 뿐 전혀 비판적인 언급이 없었다. 심지어 부시가 다녀간 직후 이라크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부시의 이번 장병 위문을 칭찬하고(NBC TV) "우리 미국과 이라크 국민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적들이 많다. 우리는 빨리 이라크 문제를 국제화 시켜야한다"(로스앤젤레스 타임즈)고 말했다.
미국 현지 여론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C 특파원은 미국 국민 대다수가 부시의 이라크 방문을 나쁘게만 보고있는 것 같이 본국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그는 어디에서 누구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부시의 이라크 방문이 힐러리 클린턴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급조되었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고, 또 부시의 속보이는 정치 쇼를 계속 연출하는 자를 색출해내자는 공세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자들의 참모들은 부시 참모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오히려 부러워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즈는 전했다.
C특파원은 마지막으로 부시의 이라크 방문은 그의 정치 쇼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경계심을 발동시키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미국 언론 매체 어디에서도 그런 말을 들은 일도 읽은 일도 없다. 미국 어느 신문에서도 부시의 이라크 방문이 "정치 쇼"라는 제목을 달지 않았고 기사 속에도 그런 단어는 없다. 미국의 언론이 어떤 언론인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언론 아닌가? 만일 미국 언론들이 정말로 부시의 이라크 방문이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뭐가 무서워 그렇게 말하지 못하겠는가?
물론 부시의 이라크 여행은 장병 사기 진작을 위한 방문인 동시에 정치적인 효과를 노린 제스처일수도 있다. 모든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에는 정치적 속셈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언론사 특파원의 바람직한 보도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입장을 한번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라. 만일 미국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이 연말연시에 일선 장병을 찾아간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쇼이며, 한국민들은 다시는 그런 정치 쇼에 속지 않겠다는 경계심리를 발동시키고 있다"고 썼다면 문제의 MBC 특파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MBC 워싱턴 특파원들이 이런 편견에 찬 보도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미국이나 부시 정권에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미국 현지 사정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거나, 영어에 능숙하지 못하여 미국 언론 매체의 보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둘 다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는 문제의 MBC 특파원들과는 일면식도 없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사사로운 감정은 전혀 없다. 다만 방송이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해외특파원은 가능한 한 자신의 개인 의견보다는 주재국의 진짜 사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본국에 전해야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이 글을 썼을 뿐이다.
조 화 유 (재미작가, 영어교재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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