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이 지난 19일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실미도’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으며 용공성 문제를 도마위에 올린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파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는 19일 현재 1000만명이 관람했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형제의 얘기를 다룬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13일 만에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는 화제작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용공성 여부를 놓고 영화감독 출신인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논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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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균-이창동‘태극기 휘날리며’ 용공성 설전 |
그는 “헌병들이 피난 온 고등학생을 학도의용군으로 강제로 잡아간다는 허위내용으로 국군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다. 인민군이 우리 민간인을 살상하는 장면이 생략됐고 6.25가 북한 잘못이라는 말도 없다. 영화가 우리 정부와 국군을 비난하도록 세뇌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미도’에 대해서도 주인공들이 인민군 ‘적기가(赤旗歌)’를 부르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이용수 전 공군 부사령관은 ‘실미도’의 감독과 제작사 등 2명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 고무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네티즌 대부분은 “관객들이 영화와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수준 낮지 않다”며 김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네티즌 정주용(odonata)씨는 “영화는 Fiction(허구)이다. 그냥 영화로서 봐야지 현실과 결부시켜 확대해석하면 안된다”면서 “영화 ‘화성침공’을 보고 ‘화성인의 침략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응책은 있느냐’고 물어야 하느냐”고 답답해했다.
정의석(slperman)씨는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 왜 정치인들이 멋대로 재단하려고 하느냐”면서 “총선이 다가오니 정치인들이 영화와 문화마저도 색깔로 덮어씌워 밥통을 챙기려한다”고 꼬집었다.
박성호(pshgita)씨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오히려 반공영화”라며 “문제로 삼은 형제가 강제 징병되는 장면은 북괴군이 양민학살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국군의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린 수많은 관객들을 모독하지 마라”고 성토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김 의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동조했다.
석동기(sdk721)씨는 “영화를 같이 보던 중학생 아들이 인민군이 학살한 듯한 시체가 뒹구는 장면을 보고 ‘미군들이 죽인거죠?’라고 묻더라”면서 “한국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양재(chon2590)씨는 “미국영화는 항상 자국이 최후에 승리하는 것으로 묘사돼 애국심을 고취시켜 주는데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는 국가의 불의한 면만 강조해 자칫 안보의식을 해치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에 대해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은 “같은 영화를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밌다”면서도 “철저한 시나리오 검증를 거쳤다. 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념 논쟁이 아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 내쳐진 형제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많은 얘기를 2시간 속에 압축해서 담다 보니 저쪽(북한)보다는 우리(남한)이야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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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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