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비롯한 정치활동 전력으로 방송진행자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켰으나 지난해 6월 “앞으로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인물 현대사’ 진행을 맡았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측은 지난해 여러 차례 “정치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문씨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KBS 고위 간부들은 “문씨 본인이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단순 진행자일 뿐 프로그램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그를 두둔해 왔다.
그러나 문씨의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KBS는 그가 정치무대에 나서는 발판을 마련해 준 꼴이 됐다. 그가 진행하던 ‘인물 현대사’는 ‘한국 사회를 말한다’와 함께 KBS가 주장해 온 대표적 개혁프로그램의 하나였다.
KBS 내부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KBS 노조의 관계자는 “문씨의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노조도 난감하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회사측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KBS의 고위 관계자도 “문씨가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의 후원회장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게 진행을 맡긴 것은 명백한 실책이었다”고 자인했다.
더구나 KBS는 지난해 9월 “뼈를 깎는 아픔으로 거듭나겠다”며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직무를 마친 뒤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윤리강령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이 강령은 휴지가 돼 버렸다.
문씨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시청자들이 허락하면 방송으로 돌아가겠다”며 궤변에 가까운 말로 자신을 ‘변호’했다. 문씨는 이번 일로 공영방송을 멍들게 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문씨는 정치활동 ‘준비’에 방송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아울러 그동안 문씨를 둘러싼 논란을 외면해 온 KBS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지 궁금하다.
김선우 문화부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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