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우리가 진짜 아침형 인간…TV 아침뉴스 진행자들

  • 입력 2004년 3월 11일 18시 27분


새벽에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MBC ‘뉴스투데이’ 제작진. 아침 뉴스 진행자들은 ‘아침형’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서너 달이 걸리고 방송이 없는 일요일엔 늦잠을 자고 싶어도 오전 5시면 잠이 깬다고 한다. 사진제공 MBC
새벽에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MBC ‘뉴스투데이’ 제작진. 아침 뉴스 진행자들은 ‘아침형’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서너 달이 걸리고 방송이 없는 일요일엔 늦잠을 자고 싶어도 오전 5시면 잠이 깬다고 한다. 사진제공 MBC
《3월부터 오전 6시 SBS ‘생방송 모닝와이드’ 평일 앵커를 맡은 신동욱 기자(37). 그는 새벽 3시반에 일어난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기는 처음입니다. 술 먹고 귀가한 적은 있어도…. 인적없는 새벽길을 달리면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습니다.” 성공을 보장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각광받는 ‘아침형’ 인간. 방송가에서 아침형 인간의 대표로 손꼽히는 KBS1 ‘뉴스광장’, MBC ‘뉴스 투데이’, SBS ‘모닝와이드’ 등 지상파 3사의 아침 뉴스 진행자들에게 실전 경험을 들었다. ‘뉴스 광장’은 황상무 기자(41)와 김경란 아나운서(27), ‘뉴스 투데이’는 김세용(44) 김소영(31) 기자, ‘모닝와이드’는 신동욱 기자와 윤소영 아나운서(26)가 진행하고 있다.》

○3시에 일어나면 절반은 성공

이들의 평균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시계와 휴대전화 알람에 전화 모닝콜 서비스까지 이중 삼중 경보 장치를 해둔다. MBC 김소영 기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남편이 자지 않고 기다렸다 깨워준다.

KBS 김경란 아나운서는 “눈을 뜨자마자 케이블TV 영화 채널을 틀어놓고 잠을 깬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이 시간대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 눈을 뜰 수 있는 동기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 하루 일을 반나절에

SBS 윤소영 아나운서에게 오전 1시간은 오후의 3시간과 맞먹는다. “하루 종일 질질 끌면서 할 일을 오전에 집중해 해치웁니다.”

점심 무렵,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끝냈다는 성취감은 아침형 인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오전에 하루 일의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MBC 김세용 기자는 “오후가 되면 정신이 멍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어려다”며 “오후에는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 지나친 금욕은 금물

아침 뉴스 진행자들의 취침 시간은 밤 9∼10시. 아침 방송을 위해 저녁 술자리를 자제하고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KBS 황상무 기자는 “수도승처럼 살고 있다”고 했고, 윤소영 아나운서도 “수녀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범한 이들에게 수도승같은 생활은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김세용 기자는 “밤이 주는 낭만이 그립다”며 “가끔 술에 취해 망가지기도 해야 하는데 일만을 위해 기계적으로 사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 아나운서는 종종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늦게 잔다. “몸은 힘들지만 대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좋아요.”

○ 아침형 인간이 정답일까

황상무 기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시골 출신이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했다.

“그래도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요. 참 이상하지요. 스님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는데. 산사와 도시의 환경 차이 때문일까요.”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새벽에 일어나더라도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면 적응하기 쉽다”면서 아침형 인간의 유행에 대해서는 “생활 습관에 정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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