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지 감독은 2편의 단 한 장면을 촬영한 뒤 쓰러져 이듬해 1월 숨을 거뒀다. 73세였다. 1편에 이어 2편의 각본을 쓴 아들 후카사쿠 겐타(32)는 아버지에 이어 이 영화의 감독을 맡아 데뷔했다. 연출을 맡은 아들의 첫 마디는 “이제는 마음속의 후카사쿠 긴지 감독과 싸우겠다”였다. 아들은 촬영을 끝맺은 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을 담아 이 영화에 ‘레퀴엠’이란 부제를 붙였다.
‘배틀로얄2-레퀴엠’의 국내 개봉(4월2일)을 앞두고, 최근 도쿄에 있는 일본영화 제작·배급사인 도에이(東映)사에서 시사회 및 감독-주연배우의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2003년 7월 일본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28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1편의 관객수(215만명)를 넘어섰다. 겐타 감독은 “‘아버지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찍었을까’를 늘 고민했다”면서 “1편의 팬들을 좋은 의미에서 ‘배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긴지 감독은 60여편의 영화를 통해 냉정하고 피비린내 나는 폭력미학을 구축해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헤모글로빈의 시인’으로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킬빌 Vol.1’의 첫 장면에 ‘후카사쿠 긴지 감독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문구를 삽입해 그를 추모한 바 있다.
“아버지는 죽은 기타노 선생의 딸 시오리가 방에서 혼자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찍은 뒤 쓰러졌다. 돌아가시기 전날 아버지와 의견 차이로 싸우고는 아버지의 촬영장에 가보지 못했다. 빠른 템포의 장면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나나하라 역을 맡은 후지와라와 촬영하기를 그토록 원했었는데….”
겐타 감독은 늘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면부터 쓴다. 당초의 엔딩은 테러리스트가 된 나나하라가 죽는 설정이었다. 이를 본 아버지 긴지 감독은 크게 호통을 쳤다. “너는 그런 라스트를 보고 싶으냐?” 시나리오는 수정됐다. 만년의 긴지 감독은 항상 라스트 신에 희망의 흔적을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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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주연을 맡은 나나하라 역의 후지와라 타쓰야는 부자(父子) 감독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 모두 다음 날 아침까지 촬영을 강행한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웃었다.
1편은 어른과 아이의 갈등, 아이들끼리의 경쟁과 소통 부재의 현실을 생존게임이란 은유를 통해 차갑고 잔혹하게 짚어냈다. 2편의 시각은 보다 거시적이다. 불안한 개인보다는 전쟁의 스펙터클에 관심을 둔다. 더 많은 직설법, 더 많은 눈물, 더 많은 피가 있다. 대신 ‘관객의 몫’은 줄었다. 너무 많이 말하려고 하다가 가끔 어떤 것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겐타 감독은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를 봤는데 한국영화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비극이나 드라마가 매우 현실적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일본영화들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 일본에서 만든 액션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현실감이 결여돼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도쿄=이승재기자 sjda@donga.com
▼배틀로얄2 내용은¨▼
1편에서 살아남은 나나하라와 나카가와는 섬을 탈출한다. 수도는 BR(배틀로얄)법에 대항하는 자들의 테러로 파괴된다. 국가는 나나하라를 주모자로 지목한다. 반BR법 조직 ‘와일드 세븐’의 리더가 된 나나하라는 모든 어른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다. 어른들은 ‘신세기 테러대책특별법(BR2)’을 가동시킨다. 문제아가 모인 중학교 3학년 B반 학생 42명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스키학교로 향하던 중 군에 납치된다. 담임교사 리키는 “나나하라를 제거하는 자를 최종 생존자로 삼겠다”면서 학생들을 무장시켜 나나하라가 은신한 섬으로 이송한다.
배틀로얄 1,2편 비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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