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목소리 궁합” 드라마속 커플들 진짜 부부보다 낫네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01분


《부부는 목소리도 닮는다? 그러면 드라마 속 커플들의 ‘목소리 궁합’은 어떨까.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목소리 친화도 판별기’를 통해 이를 분석했다. 23일 종영한 MBC ‘대장금’의 장금(이영애) 민정호(지진희)를 비롯해 MBC ‘장미의 전쟁’의 미연(최진실) 수철(최수종), KBS2 ‘애정의 조건’의 금파(채시라) 정한(이종원) 등 드라마 커플들의 대사 육성(肉聲) 일부를 추출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두 목소리의 친화도가 90% 이상은 잉꼬 부부, 80%∼90%는 친구, 50% 미만은 별거 등 냉랭한 관계라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드라마 부부는 일성동체(一聲同體)

20일 첫 방영된 ‘장미의 전쟁’(토일 오후 7·50)의 미연과 수철 부부. 수철 역의 최수종은 “최진실과 함께 제2의 최불암-김혜자 부부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연과 수철의 목소리 친화도는 85.4%로 친한 친구 수준일 뿐 잉꼬부부에는 못 미친다. 극중에서 미연은 수철을 구박하고, 수철은 바람피우다가 이혼에 이르지만 다시 결합한다.

같은 날 첫 방영한 ‘애정의 조건’(토일 오후 7·50)의 금파와 정한 부부 사이에는 이미 냉기류가 흐른다. 이들은 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한다. 그러나 이 커플의 목소리 친화도는 93.2%로 잉꼬부부 수준으로 나타났다. 목소리 친화도로만 본다면 극중 부부 배역이 어울리지 않는 셈이다.

‘대장금’의 주연 장금(이영애)과 민정호(지진희)의 친화도는 96.9%. 오랜 진통 끝에 맺어져 해피 엔딩을 이룬 커플답다. 2월 끝난 SBS ‘천국의 계단’의 정서(최지우)와 송주(권상우)의 목소리 친화도는 99.8%. 둘은 비현실적으로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실제로도 완벽한 커플이었다.

○삼각관계에서는

SBS ‘햇빛 쏟아지다’(수목 밤 9·55)의 연우(송혜교)는 은섭(조현재)과 먼저 잠자리를 함께 하나 18일 방송에서는 민호(류승범)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연우가 실제 사랑하는 이는 은섭이라는 복선이지만, 목소리 친화도는 연우-민호 97.9%, 연우-은섭 85.9%로 민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은 아직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수정(하지원)이 재민(조인성)과 인욱(소지섭) 중 누구를 사랑했는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기호 작가는 “둘 다 사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간의 목소리 친화도는 수정-재민 99%, 수정-인욱 90.1%로 나타나 작가의 설명도 틀리진 않은 듯하다.

배 교수는 “일반 부부 300여 쌍의 평균 친화도는 72.9%인데 비해 ‘드라마 커플’의 궁합은 매우 높다”며 “이는 서로 연기할 때 상대의 목소리에 조응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MBC '장미의 전쟁'서 수철(최수종·왼쪽)과 미연(최진실)의 목소리 친화도. (83%)


KBS2 '애정의 조건'서 금파(채시라)와 정한(이종원)의 목소리 친화도. (93%)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목소리 친화도는…▼

사람이 말할 때 목구멍 구강 비강이 떨려 각자의 고유한 음성을 만든다. 목소리 친화도는 각 부분이 떨리면서 서로 공명(共鳴)을 일으키는 주파수가 비슷한 정도를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다. 입을 벌리고 혀를 놀리는 정도 등에 따라 목소리가 나오며 이는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 서로 사이가 좋으면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맞춰주는 습관이 목소리에도 나타나므로 친화도 수치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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