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부부는 일성동체(一聲同體)
20일 첫 방영된 ‘장미의 전쟁’(토일 오후 7·50)의 미연과 수철 부부. 수철 역의 최수종은 “최진실과 함께 제2의 최불암-김혜자 부부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연과 수철의 목소리 친화도는 85.4%로 친한 친구 수준일 뿐 잉꼬부부에는 못 미친다. 극중에서 미연은 수철을 구박하고, 수철은 바람피우다가 이혼에 이르지만 다시 결합한다.
같은 날 첫 방영한 ‘애정의 조건’(토일 오후 7·50)의 금파와 정한 부부 사이에는 이미 냉기류가 흐른다. 이들은 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한다. 그러나 이 커플의 목소리 친화도는 93.2%로 잉꼬부부 수준으로 나타났다. 목소리 친화도로만 본다면 극중 부부 배역이 어울리지 않는 셈이다.
‘대장금’의 주연 장금(이영애)과 민정호(지진희)의 친화도는 96.9%. 오랜 진통 끝에 맺어져 해피 엔딩을 이룬 커플답다. 2월 끝난 SBS ‘천국의 계단’의 정서(최지우)와 송주(권상우)의 목소리 친화도는 99.8%. 둘은 비현실적으로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실제로도 완벽한 커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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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관계에서는
SBS ‘햇빛 쏟아지다’(수목 밤 9·55)의 연우(송혜교)는 은섭(조현재)과 먼저 잠자리를 함께 하나 18일 방송에서는 민호(류승범)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연우가 실제 사랑하는 이는 은섭이라는 복선이지만, 목소리 친화도는 연우-민호 97.9%, 연우-은섭 85.9%로 민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발리에서 생긴 일’은 아직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수정(하지원)이 재민(조인성)과 인욱(소지섭) 중 누구를 사랑했는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기호 작가는 “둘 다 사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간의 목소리 친화도는 수정-재민 99%, 수정-인욱 90.1%로 나타나 작가의 설명도 틀리진 않은 듯하다.
배 교수는 “일반 부부 300여 쌍의 평균 친화도는 72.9%인데 비해 ‘드라마 커플’의 궁합은 매우 높다”며 “이는 서로 연기할 때 상대의 목소리에 조응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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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목소리 친화도는…▼
사람이 말할 때 목구멍 구강 비강이 떨려 각자의 고유한 음성을 만든다. 목소리 친화도는 각 부분이 떨리면서 서로 공명(共鳴)을 일으키는 주파수가 비슷한 정도를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다. 입을 벌리고 혀를 놀리는 정도 등에 따라 목소리가 나오며 이는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 서로 사이가 좋으면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맞춰주는 습관이 목소리에도 나타나므로 친화도 수치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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