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꽃잎’의 각본과 조감독을 맡았던 장문일의 감독 데뷔작. 주연 임창정 오현경 김창완. 사람 냄새를 풍기는 코미디와 수채화 같이 담백한 화면이 결합된 ‘농촌 코믹 판타지’. 장의사의 시각에서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역(逆)으로 접근했다. 2000년 영화 개봉 당시 제목 때문에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당초 2000년 1월1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극장들이 제목에 ‘장의사’란 단어가 들어있는 영화를 새해 첫날부터 공개하는 데 난색을 표해 개봉이 1주일 늦춰지기도 했다.
전라도의 한 작은 읍내. 장의사를 천직으로 아는 장판돌(오현경) 밑에서 남자 셋이 일을 배운다. 서울에서 빚을 지고 귀향한 장판돌의 손자 재현(임창정)과 하는 일마다 실패해 자살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나 마을로 흘러 들어온 판철구(김창완), 곰다방 미스 황을 쫓아다니는 슈퍼마켓집 아들 대식(정은표)이 그들이다. 재현은 할아버지의 장의사 자리에 오락실을 차리고 싶어 안달이고, 돈에 눈이 먼 철구는 줄초상을 기다리며, 대식은 처녀 하나 죽기만을 기다린다. 2000년 작. ★★★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신장개업
‘손톱’ ‘올가미’를 연출한 김성홍 감독의 코미디 영화. 주연 김승우 진희경 이범수 박상면. 평화로운 소읍의 유일한 중국음식점이었던 ‘중화루’의 건너편에 ‘아방궁’이 들어선다. 허름한 외양에 주인 인상도 끔찍하고, 배달도 안 되고, 메뉴라고는 자장면과 만두가 전부인 ‘아방궁.’ 그러나 그곳의 기막힌 자장 맛이 삽시간에 소문나면서 ‘중화루’는 파리만 날린다. 자장 맛의 비밀을 알기 위해 시식 차 ‘아방궁’에 갔던 ‘중화루’ 왕 사장은 자장면 속에서 사람 손가락을 발견한다. 1999년 작. ★★
◆7번째 사진
감독 요르그 루돌프. 주연 올리버 코리트케. 독일과 체코의 합작품으로 2003년 작. 1968년 체코 프라하의 자유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영화. 작가 레니는 낡은 카메라속에 담겨 있던 필름을 현상한다. 사진에는 ‘프라하의 봄’ 때 러시아 전차들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하는 장면과 아름다운 한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레니는 여인의 정체를 알기 위해 이 사진을 프라하 신문에 게재한다. 며칠 뒤 레니의 아버지가 살해당한다. 2003년 작. ★★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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