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탄핵지지 집회’에서 사회자 송모씨가 “고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이 있는가. 다른 영부인들은 다 이대 나왔다”고 말하자 한 청중이 “무슨 여사냐. ×××이지”라고 험한 말을 주고받는 대목이다. 이 장면은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다’란 코너에서 방영됐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은 이 프로그램의 게시판에 ‘나도 현장에 있었는데 송씨 발언의 맥락은 그게 아니었다. MBC가 임의로 편집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날 집회를 취재한 CBS 최철 기자와 독립신문 윤경원 기자가 자사 인터넷 매체에 올린 기사도 MBC 방송 내용과 차이가 난다.
두 기자는 송씨가 전 대우건설 사장 자살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한 국민을 TV에서 망신을 줘 자살하게 하면 되겠는가. 이게 언어적 살인이다. 만약 내가 TV에 나와 ‘여러분, 고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이 있느냐’고 망신주고 ‘다른 영부인들은 다 이대 나왔다’고 비교하면 이것 또한 언어적 살인이다.”
최 기자는 인터넷 기사에서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입장에서는 얼떨떨한 심정이다. 본질을 외면한 MBC의 편집 방송이 네티즌들을 선동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MBC가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다’에서 주장하려던 내용은 광화문 집회가 질서정연하게 열리는데도 정부가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맥락에도 맞지 않게 탄핵 지지자들이 주고받은 대통령 부인에 대한 저질 발언을 편집 방송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은 ‘잘못된 보도는 바로잡고 부족한 뉴스는 보충해 준다’고 제작 의도를 내세워 왔다. 이 프로그램이 제작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진영 문화부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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