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영향력 1위 “아직은 송강호 시대”

송강호

‘관객 1000만’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개봉 이후 영화계의 ‘파워 기상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배우 파워’ 1위는 9.46점을 기록한 송강호로 나타났다. ‘올드 보이’의 최민식(8.48점)과 ‘실미도’의 설경구(8.17점)는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 영화팀은 최근 영화제작자와 평론가 등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배우 파워’ ‘감독 파워’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배우와 감독의 힘을 수치로 나타내는 방식이었다.

송강호의 1위 수성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거센 바람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송강호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성격파 연기자이자 관객들이 절대적 호감도를 갖고 있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물론 1000만 영화의 힘은 파워 순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미도’의 주역으로 3위에 오른 설경구는 ‘작품성과 흥행성 있는 영화를 넘나들 수 있는 융통성을 지닌 배우’로 꼽혔다. 장동건(4위·7.67점)과 원빈(9위·2.83점)도 ‘태극기…’에 힘입어 10위권에 들었다.

치열했던 것은 ‘감독 파워’ 부문. 강우석과 강제규, ‘양 강’ 감독이 각축을 벌인 끝에 강우석 감독(9.37점)이 강제규 감독(2위·9.24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 부문 모두 한국 영화를 새롭게 대표하는 ‘얼굴’이 늘었다는 게 영화계의 지적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90년대 말까지 한석규-심은하 시대가 유지됐지만 이후 한국 영화계는 배우와 감독들이 경쟁을 벌이는 ‘춘추천국시대’가 도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송강호가 1위로 나타났지만 ‘절대 강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송강호는 티켓 파워와 코미디 장르에서, 최민식과 설경구는 연기력과 카리스마에서 상대적 강점을 지녔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들 ‘빅 3’에 비해 장동건(4위·7.67)과 권상우(6위·5.23점)는 영화계의 영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장동건은 데뷔작 ‘패자부활전’을 시작으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아나키스트’ ‘해안선’ 등 작품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태극기…’를 계기로 ‘장동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001년 ‘화산고’로 데뷔한 권상우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죽거리 잔혹사’, TV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잇따른 성공으로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10대와 20대 관객을 상대로 한 선호도는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 하지만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배우’라는 단서도 따라다닌다.

여배우 파워는 이번 조사에서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배우로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6.45점)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전도연(3.45점)이 각각 5위와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90년대 최고 스타 한석규 심은하를 위한 아래 두 전문가의 ‘변명’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배우의 운명을 시사한다.

‘심은하-여신(女神). 여자 배우 중 최고의 티켓 파워. 얼굴을 그저 보여주기만 해봐.’ (영화평론가 심영섭씨)

‘한석규-지금은 ‘빅3’에 밀리지만 작품 한 방이면 언제든 황제로 등극할 수 있다.’ (LJ필름 이승재 대표)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설문에 참여하신 분(가나다 순)

김동주(쇼이스트 대표) 김동호(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미희(좋은 영화 대표) 김영진(영화평론가) 심영섭(영화평론가) 안영일(에그필름 이사) 이승재(LJ필름 대표) 전찬일(영화평론가) 정승혜(시네월드 이사) 정태성(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 차승재(싸이더스 대표) 채윤희(올댓시네마 대표) 최용배(청어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