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1조원이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슈렉’(2001년)의 속편인 ‘슈렉 2’가 18일 개봉된다. ‘슈렉’은 할리우드가 유포한 신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의 하나였다. 전편의 라스트 신에 등장한 ‘초록색 괴물’ 슈렉(목소리 연기 마이크 마이어스)과 ‘뚱보 공주’ 피오나(카메론 디아즈)의 해피 엔드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멋진 왕자와 예쁜 공주의 달콤한 키스로 막을 내리는 ‘디즈니 신화’에 대한 극적인 뒤집기이자 미추(美醜)와 행복을 연결시켜온 고정관념에 대한 통렬한 반격이었다. 돌아온 ‘슈렉 2’는 어떨까?
●‘슈렉’<‘슈렉 2’
‘슈렉 2’는 슈렉과 피오나의 사랑을 ‘잘못된 만남’으로 부정하면서 시작된다. 피오나의 아버지인 왕과 요정 대모가 준비한 ‘각본’에 따르면, 애초 피오나에게 걸린 마법을 푸는 첫 키스는 슈렉이 아니라 요정 대모의 아들인 금발의 ‘얼짱’ 프린스 차밍의 몫이었다. 왕은 허니문을 떠난 슈렉 부부를 ‘겁나 먼(Far Far Away)’ 왕국으로 불러들이고, 대모는 차밍을 피오나와 결합시켜 왕국을 이어받게 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슈렉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욕심이 꽤 많은 작품이다. 슈렉과 피오나의 러브스토리는 어느새 풍자극으로 바뀌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유머는 다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여기에 판타지와 동화 비틀기는 유쾌한 웃음의 원천이 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이질적 요소들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절묘한 타이밍에 황금비율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 특히 슈렉과 피오나의 짧은 허니문을 다룬 도입부 5분은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 ‘반지의 제왕’ 등에 대한 패러디와 흥겨운 노래 ‘펑키 타운(Funky Town)’의 비트로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슈렉 2’는 슈렉과 파콰드 영주의 대결로 압축시킨 전편과 비교할 때 더욱 복합적인 이야기 구조에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다. 슈렉에게는 훨씬 인간적인 심성과 갈등이 부여됐다. 그건 잘 생기고 싶다는 욕망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다.
슈렉을 죽이라는 왕의 명령을 받았으나 변절하는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다. 슈렉의 친구인 당나귀 동키가 전편과 유사한 수다로 일관하는 반면, 영화 ‘조로’의 주인공 캐릭터를 희화화한 이 킬러는 자객이면서도 위기 때면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동정을 호소하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슈렉’>‘슈렉 2’
‘슈렉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흥미롭다. 하지만 전편에서 슈렉의 키스가 만들어내는 라스트 신의 강력한 반전(反轉)과 같은 짜릿한 선물은 빠져 있다. 거의 모든 장면마다 재치 있는 대사, 유쾌한 패러디, 풍부한 음악 등 ‘쇼 타임’은 길고 강해졌지만 관객을 ‘예상의 함정’에 빠뜨렸다 구해내는 충격적 뒤집기는 없다.
슈렉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왕의 비밀은 이 작품이 준비한 반전이지만 평범한 수준이다. 사랑과 가족을 위한 희생 등 전통적 주제가 강화돼 동화책을 쭉쭉 찢어 휴지통에 처넣었던 전편의 쾌감을 맛보기는 어렵다.
●숨은 그림 찾기
피오나 공주방에 걸린 브로마이드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정답은 미국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 피오나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카메론 디아즈의 실제 남자 친구이기도 하다. 영악한 설정이다.
이처럼 ‘슈렉 2’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영화와 대중적 코드들을 작품 속에 녹여 넣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겨냥한 전작과 비교하면 풍자의 칼날이 할리우드를 넘어 세상으로 확장됐다. 유명한 ‘할리우드’ 입간판은 ‘겁나 먼’ 왕국으로 대체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 행사, 피노키오의 거짓말과 ‘미션 임파서블’의 액션 등 화려한 패러디의 향연도 펼쳐진다. 미국 CNN의 ‘래리 킹 라이브’의 진행자인 래리 킹의 목소리도 한번 찾아보시라! 전체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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