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질풍노도 라이벌’게임으로 선후배가리기 눈살

  •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54분


MBC ‘질풍노도 라이벌’ 12일 방송에서 35세의 가수 윤종신이 게임에서 이긴 믹키유천(18)에게 무릎을 꿇고 있다. MBC TV 화면 촬영
MBC ‘질풍노도 라이벌’ 12일 방송에서 35세의 가수 윤종신이 게임에서 이긴 믹키유천(18)에게 무릎을 꿇고 있다. MBC TV 화면 촬영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지난달 15일 신설된 MBC 오락프로그램 ‘질풍노도 라이벌’(토 오후 6:05)이 게임의 폭력성과 지나친 벌칙으로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기획 취지는 “이제까지 연예인의 서열을 결정짓던 나이와 경력을 모두 잊어라. 순수하게 지덕체(智德體)만으로 승부를 짓자”는 것.

그러나 시청자들은 ‘지덕체’로 승부를 가리는 것과 거리가 멀만큼 게임이 폭력적인데다 벌칙도 주종 관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열이나 나이 등 기존의 ‘계급’을 떼는 취지 임에도 게임 방식이나 벌칙은 이전투구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12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손에 권투장갑처럼 생긴 도구를 끼고 다른 출연자에게 ‘펀치’를 날려 라이벌을 지목한다. 이날 개그맨 김영철은 가수 윤종신이 뒤로 넘어질 정도로 세게 때리기도 했다.

각자 무릎을 끌어 안은 상태에서 서로를 밀어내는 ‘발가락 레슬링’ 게임에선 35세의 윤종신이 그룹 ‘동방신기’의 18세 믹키유천에게 져 그를 ‘오빠’라 부르며 무릎을 꿇는 벌칙을 받았다.

가수 이지훈은 게임에 진 MC몽에게 “동물 주제에 인간 세계로 내려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게 하는 벌칙을 줬다. MC 몽의 외모를 비하한 것이다. 형과 아우가 한팀을 이뤄 승부를 거는 ‘북치고 박치기’게임에서는 형이 문제에 틀리면 아우가 박을 깨는 벌칙을 내리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거나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진행 방식 등을 꼬집고 있다. ‘CROMAR’은 “이 프로그램의 형제 관계는 주종 관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위 아래도 없고 포맷은 폭력성을 조장하며 MC들은 싸움을 부추긴다”(LTANGSU1), “지덕체 경쟁이라고 하면서 실제 언행은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린다”(MIJI0731)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 9.5%의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1위를 했으나 5일 방송부터는 6∼7%대로 떨어졌다.

여운혁 담당 PD는 “충분히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지 못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먼저 느끼는 듯하다”며 “출연자들이 ‘펀치’를 세게 할 때 제작진도 놀라는데 맞는 사람이 별로 아프지 않으므로 재미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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