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 스님, 분홍 티는 그렇다 치고 모자는 다른 색깔로 쓰면 안 되겠습니까.” (현각)
“난 코디네이터가 정해주면 그대로 해요. ‘노 브레인’이니까. 브레인이 없어 하얗다니까.” (대봉)
“이제 그만들 하시죠.” (청명·淸明 스님·정진영)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7월9일 개봉 예정)의 촬영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스님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2001년 전국 390만 명을 기록한 ‘달마야, 놀자’에 이어 다시 모인 세 배우를 21일 만나 영화와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연
▽정진영=1월 서울의 한 사찰에서 수계식과 연비(燃臂·계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팔뚝에 향불을 피우는 것) 의식을 했습니다. 약식 과정이었지만 삭발하고 법명도 제대로 받았죠.
▽이원종=지금도 약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문식=크게 자국이 남으면 그건 문신이죠. 하지만 마음에는 크게 남아 있습니다. 보여줄 순 없지만.” (웃음)
《전편이 산속 사찰을 배경으로 ‘조폭’과 스님들의 대결을 그린 반면 속편은 서울을 찾아온 세 스님의 이야기를 그렸다. 큰 스님의 유품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의 무심사를 찾은 청명 스님 일행은 절터에 새 건물을 지으려는 범식(신현준)에 맞서 절지키기에 나선다.》
▽이원=대봉은 연극판에서 봤고, 그런데 두 사람은 어디에서 처음 만났지?
▽정=‘초록 물고기’(1997년) 때 처음 만났지.
▽이원=(대봉을 보면서) 대봉, 정말 ‘초록 물고기’ 했나, 거기서 뭐 했어?
▽이문=꼭 일반 사람들 말하듯 하네. 그럼 내가 감독 했겠어, 배우 했지. 물고기 했어, 물고기.
▽정=난 그때 배우가 아니고 연출부 ‘막내’였어.
▽이문=이걸 영화 했다고 해야 되나. 어쨌든 첫 영화인데 극중 심혜진씨에게 시비 거는 ‘양아치’ 세 명 중 한 명이었어.
○화두(話頭)
▽정=전편이 마음에 관한 영화라면 이번은 돈 이야기입니다. 화두로 치면 전편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고, 이번에는 ‘쏟아진 염주 알을 손대지 말고 주머니에 넣어보라’는 거죠. 무슨 뜻인지, 그것이 알고 싶습니까? 해답은 영화 속에 있습니다(웃음).
▽이문=극중 대봉은 말을 할 수 없는 묵언(默言) 수행을 해요. 말 많은 사람이 그렇게 있다보니 정말 우울했죠. 갑자기 인생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 인생의 화두는 사랑이에요. 사랑이 있어야 그나마 힘든 세상을 버틸 수 있고, 사랑을 실천해야 제 인생이 그래도 풍족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전 불교적으로 말해 ‘업장소멸’(業障消滅), 즉 쌓인 업을 비워내려고 노력합니다. 가급적 업을 쌓지 말고, 쌓인 업은 풀고 가야죠. 제가 진행을 맡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도 사실은 업을 쌓는 프로에요. (웃음)
▽이원=청명이 꼭 이런 식으로 말해 욕먹습니다. 옆에서 볼 때 ‘캐릭터’가 너무 짜증나죠.
▽이문=청명 스님, 대오각성 하세요.
▽정=바로 그 말투로 대오각성 하세요.
▽이원=사실 전 이 사람들과 별로 잘 안 맞습니다. 3인3색이죠. 그런데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지요. 다음 생에는 혼자 하는 ‘개인 예술’ 하고 싶습니다.
○내공 대결
《극중 세 스님은 짓궂은 범식 일당에 맞서 기상천외한 대결을 펼친다. 노래와 술, 주먹 대결이다.》
▽정=주량이라? 그런데 이런 얘기 나가도 됩니까?
▽이원=청명 스님요? 참, 길게 드세요. ‘필(Feel)’ 꽂히면 다음 날 해뜰 때까지 드셔야 되고. 대봉 스님도 ‘술통’은 작지만 꽤 드시죠. 저는 그냥 애주가죠.
▽이문=청명 스님은 곡차 드시면 말하기를 즐기시죠.
▽정=낮에는 일도 있고, 저녁에 다시 만납시다.
결국 7시간 뒤 대봉 스님만 빼고 일행은 다시 만났다. 대봉 스님은 다음 영화의 형사 배역 때문에 모처에서 잠복근무 중이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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