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KBS드라마 ‘구미호외전’의 여전사 김태희

  • 입력 2004년 7월 1일 20시 04분


김태희는 “어렸을 때 홍콩 액션 영화의 여배우들을 동경했는데 내가 직접 액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팬 엔터테인먼트
김태희는 “어렸을 때 홍콩 액션 영화의 여배우들을 동경했는데 내가 직접 액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팬 엔터테인먼트
올 여름 KBS의 구미호는 탤런트 김태희(24)다.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김태희가 연기했던 악녀 ‘유리’를 상상하면 어울리는 조합. 그러나 ‘김태희 구미호’는 악녀도 아니고, 기괴하지도 않다. 오히려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19일 처음 방송하는 KBS ‘구미호외전’(연출 김형일·극본 이경미 황성연)에서 김태희의 배역은 시연. 인간 세계에서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시연은 1000년을 사는 ‘천년호’ 구미호족과 인간과의 투쟁의 역사를 해소할 열쇠를 쥐고있는 구원자다. 구미호 세계에서 그가 하는 일은 죽은 사람의 간만 먹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산 사람의 간을 먹으려는 구미호를 처단하는 것이다. 산 사람을 죽이려는 구미호를 처단함으로써 인간과 구미호족의 갈등을 막는 여전사인 셈이다.

김형일 PD는 “시연은 매력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라며 “김태희는 지적이면서도 쿨(cool)한 면이 있어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광주 숙소 인근에 주차된 밴의 실내에서 김태희를 만났다. 그는 화장도 안 한 얼굴이 신경 쓰이는지 인터뷰 도중에도 여러 번 거울을 들여다봤다.

그는 수적으로 마이너리티라는 점에서 구미호와 닮았다. 그는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서울대생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연예계에서 그는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다.

“처음에 저를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이젠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보기보다 ‘서울대생’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보거든요. 저는 어디까지나 연기자일 뿐입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쌍 단검을 들고 펼치는 와이어 액션이 힘들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구미호가 더 인간적일 때가 많아요. 괴물은 더더욱 아니고요. 시연은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마음은 여려서 저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천국의 계단’ 때는 유리의 못된 면을 납득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연을 100% 이해하고 연기하고 있어요.”

김태희는 구미호족 수장(이휘향)의 아들 무영(전진)과 정혼관계지만 인간으로 어릴 때부터 친구인 민우(조현재)를 사랑해 갈등을 겪는다.

“무영은 과묵하고 카리스마가 강한 성격이고 민우는 밝고 능글능글해요. 실제로도 재미있고 편안한 남자가 좋아요.”

김태희는 2002년 SBS 시트콤 ‘레츠고’를 통해 데뷔한 뒤 드라마 ‘스크린’ ‘흥부네 박 터졌네’ 등에 출연했다. 연기 경력은 얼마 안 되지만 연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구미호외전▼

이 드라마에서 구미호들은 인간들과 함께 살며 인간보다 지능과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인간들로부터 대량 학살된 적이 있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며 인간과의 결혼은 금지돼 있다. 인간들은 특수비밀기구를 만들어 구미호족을 전멸시키려 한다.

‘전설의 고향’에서 흔한 소복이나 괴기스런 분장은 등장하지 않는다. 구미호들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복장과 헤어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김태희의 구미호 의상은 영화 ‘매트릭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투쟁을 그린 영화 ‘언더월드’에 나오는 전사들과 유사하다. 극중 자연사박물관 지하에 있는 구미호 신전이나 훈련장은 ‘언더월드’의 뱀파이어 저택을 연상케 한다.

구미호족과 인간의 싸움은 돌연변이와 인간 간의 갈등을 그린 ‘엑스맨’의 설정과 닮았고, 구미호를 잡으려는 인간들의 특수비밀기구 이야기는 외계인을 추적하는 미국 TV 시리즈 ‘엑스파일’을 연상시킨다.

전설의 고향 구미호 vs 구미호외전의 시연
‘전설의 고향’ 구미호‘구미호 외전’의 시연(김태희)
구미호로 변신하면?흉측하다.머리 모양과 복장이 영화 ‘매트릭스’ 스타일.
능력축지법을 구사하고 날아다닌다.지능과 체력이 인간보다 20% 뛰어나다.
무기없음.쌍단검
생활혼자 다닌다.인간에게 드러나지 않은 공동체 생활.

광주=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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