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가이즈’는 노골적 제목만큼이나 캐스팅에 의존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 영화가 대답해야 할 질문은 두 배우의 화학작용도 이야기의 완성도도 아니다. 다만 ‘웃기는가, 웃기지 않은가’일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 가이즈’는 처음에는 웃기고 그 다음엔 덜 웃기며 나중에는 많이 웃긴다.
룸살롱 대리운전사인 훈(차태현)은 카드 빚을 갚지 않고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로 유명한 뺀질이. 어느 날 사채업계의 전설적 해결사 중태(박중훈)가 그를 찾아와 14시간 내에 빚을 갚지 않으면 콩팥을 떼어가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훈과 중태는 정체불명의 킬러에 의해 살해당한 한 외국인의 가방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뒤 영문도 모른 채 국제스파이 조직과 정보기관에 쫓긴다. 두 남자는 가방 속에 최첨단 반도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국제스파이조직을 상대로 가방과 20억원을 맞교환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이 영화는 두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비틀거나 도약시키면서 관객의 허를 찌르는 모험은 하지 않는다. 대신 익숙하고 검증된 캐릭터를 복제하고 강화함으로써 웃음의 ‘내신 성적’을 올리는 쪽을 택한다. (차태현이 처음으로 쌍욕을 남발한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지만…) 또 손현주 이혁재 최준용 박인환 등 폭소 메이커들이 얼굴만 잠깐 들이미는 정신 사나운 ‘반짝 출연’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완결성 있게 끌고 가도록 한 것도, ‘한방’ 웃음보다는 ‘자글자글’한 웃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두 배우의 좌충우돌 대사와 애드리브에 전적으로 기대는 이 영화의 초반부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담을 갖는 기색이 역력하다. 머리통을 깨물고 자장면 짬뽕 속에 얼굴을 파묻다가 결국엔 변기에다 얼굴을 처박는 장면이 이어지지만, 주고받는 대사와 욕설은 다소 과잉돼 있다.
그러나 두 남자가 서로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함께 쫓기는 운명공동체로 처지가 바뀌는 중반부터 이 영화의 웃음곡선은 바닥을 치고 올라 본격적인 부력(浮力)을 얻는다. 이는 영화의 무게중심이 두 배우의 ‘캐릭터’로부터 액션과 속도감을 갖춘 사기소동극이란 ‘스토리’로 옮겨가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하다.
관객에겐 웃음의 품질이 따로 있지 않다. 웃기면 웃기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검증된 배우가 익숙한 스토리로 예상된 웃음을 주는 것. 바로 이것이 피곤하고 말썽 많은 이 세상에 관객이 7000원(서울의 경우)을 지불하는, 하찮지만 중요한 이유인지 모른다.
‘구미호’ ‘진짜 사나이’ ‘주노명 베이커리’의 박헌수 감독 연출작. 15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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