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김유미 “호러퀸, 제 이미지하고 맞나요?”

  • 입력 2004년 7월 28일 17시 09분


공포영화 ‘인형사’에서 호기심 많은 조각가 해미를 연기한 김유미. 그는 ‘폰’에 이은 이번 영화 출연으로 ‘호러 퀸’의 계보를 잇게 됐다. -박주일기자
공포영화 ‘인형사’에서 호기심 많은 조각가 해미를 연기한 김유미. 그는 ‘폰’에 이은 이번 영화 출연으로 ‘호러 퀸’의 계보를 잇게 됐다. -박주일기자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진짜 얻을 게 없는 것 같아요.”

김유미(24)의 말마따나 영화 ‘인형사’(30일 개봉)는 그에게 고통을 가르쳐준 영화다. 그는 미친 듯이 수갑을 풀고 달아나려는 장면을 촬영하다 손목이 찢어졌는가 하면, 산 속에서 너무 ‘리얼’하게 구르다가 나무 밑동에 광대뼈를 부딪쳐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했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 만난 김유미는 “‘인형사’란 이름을 두고 ‘인’씨 성을 가진 형사의 얘기냐, 아니면 ‘인형을 사지 않으면 죽는다’는 얘기냐 등등 별 희한한 질문을 다 듣는다”며 웃었다. 차가워서 매력적인 여자 김유미가 2002년 ‘폰’에 이어 선택한 두 번째 영화 ‘인형사’ 역시 공포물이다.

―왜 또 공포영화죠?

“이 영화는 슬퍼요. 슬픔이랑 공포는 밀접하죠. 다 무방비 상태에서 오니까. 그런 느낌이 좋았어요. 또 활동적인 여성으로 변신하고도 싶고. 감독(정용기)님께도 ‘이번엔 예뻐 보이는 거 포기했다’고 했어요.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제 인상도 공포물에 어울리는 것 같고….”

―예쁘시네요.

“전 예쁘다고 생각 안 해요. 요즘 예쁜 분들 너무 많잖아요? 사실 전 보이시해요. 아버지는 대령으로 예편한 직업군인이었고, 저는 어려서부터 강원도에서 나무 타고 올라가 잣 따먹고 겨울 논밭에서 썰매 타며 살았어요.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싶어요. 제 이미지를 뒤엎을 수 있는….”

―호러 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멀쩡하게 밥 먹고 와서 ‘꺅’ 소리 지르며 몸서리치는 연기를 해야 할 때요.”

―임은경과는 처음 연기하는데….

“처음 보고 한참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게 사람인가. 너무 예쁘고 인형 같아서…. 말이 별로 없는데 엄청 성숙한 느낌도 있고.”

‘인형사’에서 김유미는 호기심 많은 조각가 해미 역을 맡았다. 외딴 숲 속 미술관에 초대된 해미와 다른 네 명은 숨통을 조여 오는 연쇄살인의 공포에 떤다. 결국 이 사건에는 수수께끼 소녀 미나(임은경)와 사람을 빼닮은 섬뜩한 구체관절인형들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가우면서도 뜨거워 보이는 양면성을 가진 김유미는 그 이유에 대해 “눈동자 때문인 거 같아요. 눈동자가 크고 밑 부분이 하얗게 떠있죠? 그것 때문 아닐까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되물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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