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는 드라큘라,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등 공포영화의 오랜 소재였던 서양 괴물들이 단체로 출연한다. 한마디로 서양 괴물의 ‘버라이어티 쇼’를 연상시킨다.
‘미이라’ 시리즈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낯익지만 이제는 ‘한물 간’ 괴물들을 등장시켜 쓸 만한 ‘배우’로 만들었다. B급 영화의 다양한 요소를 끌어들여 볼거리가 풍부한 A급 액션 영화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우연일까? ‘엑스 맨’ 시리즈에서 돌연변이 울버린으로 출연했던 휴 잭맨이 반 헬싱 역을 맡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1887년 로마 교황청. 악의 기운을 가진 괴물들을 제거해 온 반 헬싱은 새 임무를 맡는다. 400년 만의 부활을 꿈꾸는 드라큘라 백작의 음모를 막는 일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지도 모르며, 과거 7년 이전의 일은 기억도 못한다. 드라큘라의 본거지 트란실베이니아에 도착한 반 헬싱은 그곳에서 가문의 명예를 걸고 드라큘라 백작에 맞서 온 안나 공주(케이트 베킨세일)를 만난다. 반 헬싱은 드라큘라 백작의 음모를 파헤치면서 그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속에서 풍기는 잡탕 냄새는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반 헬싱이 임무 수행에 앞서 무기를 찾는 장면은 새 작전 때마다 신종 무기를 선보이는 ‘007’을, 드라큘라 백작 후손의 성장 과정은 ‘에이리언’을 떠올리게 한다. 또 공포영화의 오랜 관습인 선악의 이분법에서도 약간 벗어나 있다. 드라큘라 백작은 쾌락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수의 인간만 ‘사냥’하며 인간 못지않은 모성애도 보여준다.
영화는 후반부 반 헬싱과 드라큘라 백작에 얽힌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급격하게 생기를 잃는다. 작품 전체를 지배해야 하는 드라큘라 백작의 ‘허약한 카리스마’도 불만족스럽다.
그럼에도 이런 점들이 ‘반 헬싱’의 매력을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그 매력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빠른 속도감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현란한 액션.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반 헬싱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反轉)이 드러나기 전까지 거의 1시간가량을 숨 가쁜 액션으로 질주한다.
총 1억6000만달러(약 1920억원)의 제작비에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ILM사가 특수효과를 담당했다. 체코 프라하의 야외세트를 이용해 찍은 고딕풍의 트란실베이니아 마을은 하얀 눈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공포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알맹이가 없지 않느냐고? 소머즈 감독의 색채를 감안하면 불필요한 기대다. 또 롤러코스터를 머리로 타는 사람은 없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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