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16일 0시 25분 외화 시리즈 ‘CSI 과학수사대’를 편성했다가 예고 없이 남자 하키 한국 대 스페인 전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CSI’를 보려고 기다렸는데 왜 예고도 없이 취소했느냐”고 항의하는 글이 300여건이나 올라왔다. 이로 인해 MBC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게시해야 했다.
16일 오후 10시50분에는 드라마 ‘영웅시대’를 중간에 끊고 유도 이원희 선수의 4강전과 8강전을 방송했다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나중에 ‘영웅시대’ 나머지를 방영하긴 했지만 “다른 채널에서 중계하는 경기를 굳이 드라마를 끊고 방송해야 했느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MBC 이길섭 TV편성부장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시차가 한 시간이어서 편성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번 아테네 올림픽은 특히 프라임타임대와 겹쳐 어려움이 많다”며 “그렇지만 관심이 높은 경기는 정규방송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중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BS도 사정은 마찬가지. 16일에는 유도 이원희 선수의 경기로 인해 드라마 ‘장길산’과 오락프로그램 ‘야심만만’이 방송되지 않았다.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도 18일 밤 양궁 여자 개인전 중계로 대체됐다. 이처럼 편성이 들쭉날쭉해지자 SBS의 여러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올림픽에 관심 없는 시청자들도 배려해 달라”는 항의 글이 모두 1000여건이나 올라오고 있다. SBS 이철호 편성팀장은 “한국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편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예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KBS는 두 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어 여유가 있는 편. 2TV는 16∼18일 드라마 ‘구미호외전’과 ‘풀하우스’를 모두 방송하고 1TV를 통해 올림픽 주요 경기를 중계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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