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 ‘도마 안중근’ …쌍권총 쏘는 독립투사

  • 입력 2004년 8월 19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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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인필름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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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되는 ‘도마 안중근’은 사실 영화 자체보다 개그맨 겸 MC 서세원이 ‘납자루떼’(1986년)에 이어 18년 만에 연출(각본 및 감독)한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연예계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 중인 그가 연예활동을 재개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토크쇼 진행과 영화 ‘조폭 마누라’ 제작에서 보여주었듯이 두뇌 회전이 빠르고 대중적 기호에 민감하기로 소문난 그가 왜 이토록 ‘순진한’ 영화를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은 그의 컴백과 맞물려 몇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도마 안중근’은 89분짜리 동영상 위인전에 가깝다. 마치 계몽주의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에는 어떤 발견이나 해석도, 디테일도 메말라 있다. 안중근과 주변인물들은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지 못한 채 “내가 자른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2000만 민족의 설움이었다”(안중근) “도마(안중근의 세례명)야, 넌 하느님의 아들이고, 대한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이다”(안중근의 어머니)와 같은 돌보다 딱딱한 대사들 안에 갇혀 버렸다. 안중근이 단 한 치의 인간적 고뇌나 떨림도 없이 대의명분만을 토해내는 동안 그의 캐릭터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린다. 그 탓에 ‘안중근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는 문제 인식에서 기획됐다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느낌은 오히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안중근인 것이다.

독립투사 안중근이 일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을 계획하는 시점부터 하얼빈에서의 거사 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를 다룬 ‘도마 안중근’은 역사적 감동이 영화적 감동으로 손쉽게 치환되리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도덕책 같은 당위만 넘쳐날 뿐 묘사와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장면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드러내는 쪽이 아니라, 역사책의 한 토막 같은 자막들(예를 들어 ‘일본의 주권 말살 정책에 의해 우리 책들을 불태움’ 같은)을 열거하면서 해당 장면을 이야기그림책처럼 여기에 끼워 맞추는 쪽이다. 극중 안중근이 불현듯 새처럼 몸을 날리며 ‘영웅본색’의 저우룬파(周潤發)처럼 쌍권총을 난사하는 모습에 이르면 ‘안중근 제대로 알리기’라는 이 영화의 초심(初心)조차 어지럽게 흔들린다.

서세원의 선택 이상으로 배경이 궁금한 것은 안중근 역을 맡은 유오성의 선택이다. 최근 슬럼프에 빠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영화 ‘친구’에서의 섬뜩하고 깊은 연기가 여전히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특A급 배우’인 그가 날개를 마저 펴지 못하고 가라앉는 모습을 목격하는 일은 씁쓸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영화의 소재가 선(善)한 것과 영화가 선한 것은 별개란 사실을 충분히 알 텐데 말이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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