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다큐프로 모두 그게 그거… 변사식 해설만 넘쳐

  • 입력 2004년 9월 2일 17시 41분


국내 TV 다큐멘터리들이 지나치게 주제를 강조하며 내용과 형식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방송사 PD로부터 제기됐다. 사진은 최근 방송된 KBS1 ‘일요스페셜’의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겨울연가의 열풍’. 사진제공 KBS
국내 TV 다큐멘터리들이 지나치게 주제를 강조하며 내용과 형식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방송사 PD로부터 제기됐다. 사진은 최근 방송된 KBS1 ‘일요스페셜’의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겨울연가의 열풍’. 사진제공 KBS
국내 방송 다큐멘터리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한 지상파 방송사 PD에 의해 제기됐다.

KBS 시사정보팀 손현철 PD는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1일 서울 EBS 본사에서 개최한 ‘한국 방송 다큐멘터리의 정체성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국 방송 다큐멘터리의 대부분은 해설이 과도한 ‘변사 다큐멘터리’로 전락했으며 △스타일과 형식이 천편일률적이고 부담스러울 만큼 딱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내레이션을 ‘변사 다큐멘터리’의 전형으로 꼽았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언어 해설이 현실과 시청자 사이에 장막을 친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기 전에 평론가의 해설을 먼저 듣고 선입견을 갖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국내 다큐멘터리들이 방송사의 로고를 가리면 어느 방송사 누구의 작품인지 구별하기 힘들 만큼 천편일률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BS2 ‘VJ 특공대’의 카메라는 예나 지금이나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의미 없는 줌인과 줌아웃을 어지럽게 반복하고 있고, KBS1 ‘일요스페셜’의 시사다큐는 의미와 정보는 있지만 감흥이 없는 내용을 무미건조하게 엮어 놓는다”고 예를 들었다.

손 PD는 천편일률적 다큐의 원인에 대해 “변화와 이종교배를 허용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고정된 틀과 규칙이라는 감옥에 현실과 연출자 모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손 PD는 또 “국내 방송 다큐멘터리의 연출자들이 주제의식에 사로잡혀 있어 프로그램의 내용이 뻣뻣하고 시청자들은 강요당하다시피 설득된다”고 지적했다.

한 KBS PD는 이에 대해 “시간에 쫓기고 돈이 모자라는 열악한 제작 여건에서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다큐 제작방법이 내레이션”이라며 “손 PD의 다른 지적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PD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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