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을, 푸근한 가족이 그립다… 가족드라마 잇따라 선봬

  • 입력 2004년 9월 2일 17시 55분


9월 1일부터 시작된 MBC 드라마 ‘아일랜드’.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판타지 대신 냉혹한 현실을 다뤘다. 사진제공 MBC
9월 1일부터 시작된 MBC 드라마 ‘아일랜드’.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판타지 대신 냉혹한 현실을 다뤘다. 사진제공 MBC
‘신데렐라가 사라지고 현실과 가족이 온다.’

MBC ‘불새’ ‘황태자의 첫사랑’, SBS의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 KBS2 ‘풀하우스’ 등 올 상반기 인기드라마들은 모두 신데렐라를 등장시켰다. 재벌 2세, 성공한 사업가 등 멋진 남자 2명과 가난하지만 당찬 여자가 벌이는 ‘삼각 신데렐라 스토리’가 흥행 코드였다.

그러나 9월 이후 드라마에서는 신데렐라가 사라지고 냉혹한 현실이나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파리의 연인’ 후속으로 지난달 시작된 SBS ‘매직’은 마술사로 등장하는 차강재(강동원)가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버리고 다른 여자를 찾는 비정한 이야기다. 1일 시작된 MBC ‘아일랜드’도 아일랜드로 입양된 이중아(이나영)가 한국으로 돌아와 힘겨운 삶을 살며 ‘양아치’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다. 이들 드라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신데렐라’의 판타지 대신 삐뚤어진 욕망을 그대로 보여준다.

10월의 TV 드라마 주제는 가족이다.

MBC ‘한강수타령’은 가진 것 없어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한 중년 여성과 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김정수 극본에 고두심 김혜수 김석훈 최민수 등 호화캐스팅이다. KBS2 ‘부모님 전상서’는 한 여성이 자폐아를 키우며 꿋꿋하게 가정을 꾸려 나가며 진지한 가족애를 모색하는 드라마다. 김수현 극본에 탤런트 김희애가 주연이다.

방송가에서는 이같은 변화를 하나의 패턴으로 해석한다. 운군일 SBS 드라마국장은 “드라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포함한 판타지, 현실적인 가족이야기, 사극이 번갈아 관심을 모으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당의정을 입힌 신데렐라 드라마를 실컷 본 시청자들은 이제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며 “판타지를 보고 힘을 얻었다면 이젠 현실을 정면으로 보고 삶을 일으켜 세우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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