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오전 “전화 한통도 안해” 오후 “업무협의차 연락”

  • 입력 2004년 9월 7일 19시 10분


대기업에 대통령 참석 행사의 비용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진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7일 인터넷 매체인 ‘e-데일리’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자 처음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심지어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너무 많다. 초강경 대응하겠다”고 말하는 등 진실을 은폐하려고까지 했다.

양 비서관은 3일 e-데일리측에서 확인 전화를 걸자 “행사와 관련해 전화를 단 한 통도 한 사실이 없다. 불쾌하다”고 말했다.

e-데일리에 기사가 보도된 직후인 7일 오후 1시20분경에는 “대기업의 임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자리에 없어서 여직원에게 메모를 남겨 놨다. 그러나 회신이 오지 않아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관계를 묻고 크게 질책하자 양 비서관은 오후 4시반경 청와대 기자실로 찾아와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순동 부사장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과 행사 비용 분담을 요구한 사실을 시인했다.

다음은 양 비서관과의 일문일답.

―왜 삼성측에 전화를 걸었나.

“출장 중에 비서관실의 담당 과장으로부터 ‘가전사들이 행사 분담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보고를 황망하게 받았다. 가전사들이 행사에 불참하게 돼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알았다.”

―통화는 언제 됐나.

“다음날 회신 전화가 왔다. 행사 참여 여부와 부담금 문제를 확인했다. 최종 결과에 대한 통보 전화는 받지 못했다.”

―분담금을 내라고 압박한 것은 아니라는 건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다고 보는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서 얘기했다. 일상적인 업무 협의 차원의 전화로 이해했을 것이다. 결국은 가전사들이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개인비리도 아니고, 청와대가 돈 끌어 쓰기 위한 것도 아니고 행사 비용을 고루 부담하자는 취지인데, 부담으로 느낄 만했다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가전업체의 분담비용은 업체당 3억∼4억원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얼마 안 된다. 방송사들이 분담한 정도다.”

―다른 업체에는 전화하지 않았나.

“더 이상은 없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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