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10일 개봉 ‘퍼니셔’…눈물은 없다, 오직 복수만

  • 입력 2004년 9월 8일 18시 04분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닌 어둡고 인간적인 영웅에 초점을 맞춘 액션 영화 ‘퍼니셔’. 사진제공 무비&아이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닌 어둡고 인간적인 영웅에 초점을 맞춘 액션 영화 ‘퍼니셔’. 사진제공 무비&아이
10일 개봉하는 ‘퍼니셔(The Punisher)’를 보는 도중 실소를 터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참 진지하게 나가다가 만화처럼 유치해진다고 말이다. 그렇게 느낀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사랑 받아온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니 말이다.

특수부대 출신의 FBI 요원 프랭크(톰 제인)는 마지막 위장근무를 수행하던 중 범인 한 명을 죽이게 된다. 죽은 이는 무기 밀매에 연루된 거대 기업의 총수 하워드(존 트래볼타)의 아들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프랭크는 은퇴해 가족과 함께 잠적하지만 하워드는 무자비하게 프랭크의 가족을 몰살시킨다. 프랭크는 복수의 화신 퍼니셔(응징자)가 되어 지략과 잔인한 폭력을 총동원해 하워드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한다.

‘퍼니셔’ 속 이야기의 현실성과 설득력을 따지는 것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무의미하다. 주인공 프랭크가 돌연 “악한 자들, 사이코들, 살인범들, 강간범들아 기다려라. 날 심판자라 불러라”고 외치는 대목에 이르면 주인공이 원했던 것이 사적이고 절실한 복수인지 아니면 선(善)의 수호를 빙자해 살인게임을 즐기는 것인지조차 헷갈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초점은 애당초 주인공의 어두운 심리가 아니라 복수의 잔인하고 현란한 방법과 도구(잭나이프 대궁 작두 권총 소총), 테크닉을 비장한 척하며 과잉되게 보여주는 데 있다.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주연 톰 제인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더라도 뭔가 독창적인 악당 캐릭터를 보여줄 거라고 예상했던 트래볼타가 사춘기 소녀처럼 예쁘게 걸으며 소리만 빽빽 질러대는 모습으로 전락한 현실을 목격하는 것은 씁쓸하다. ‘아마겟돈’의 각본을 맡은 조너선 헨슬레이의 감독 데뷔작. 18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