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두 해 사이 웬만한 중소 도시에까지 멀티플렉스가 들어서 고향에서 일가 친척들이 차례를 지내고 함께 극장에 가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쉬워졌다. 온 가족을 이끌고 극장 나들이를 나서게 될 문화적 ‘가장들’과 올해도 송편 대신 팝콘을 먹으며 극장에서 추석을 나게 될 싱글족이 꼭 알아야 할 추석 영화들을 소개한다.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매와 각종 극장 할인카드를 챙기는 일이다. >>
▼ 꽃피는 봄이 오면 - 9월23일 개봉/ 최민식, 장신영, 윤여정
무명의 트럼페터인 노총각 현우는 실연과 노모의 잔소리를 피해 산골 한 학교의 관악부 교사로 자원해 간다. 현우는 단지 음악이 좋아 관악부 활동을 하는 가난한 탄광촌 아이들과 따뜻한 약국 처녀, 사랑에 빠진 정비소 청년 등을 알게 되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한다.
▼ 노브레인 레이스 - 9월24일 개봉/ 쿠바 구딩 주니어, 우피 골드버그, 로완 앳킨슨
30년 만에 상봉한 모녀, 오심으로 미식축구 팬들의 저주를 받게 된 심판, 수면장애가 있는 사고뭉치 이탈리아 남자, 건달 형제와 바른 생활 사나이, 터프한 헬리콥터 조종사, 무책임한 아빠를 따라 여행 온 일가족 등 누구 한 사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나 뉴멕시코 기차역 사물함에 있는 200만 달러를 차지하기 위한 경주를 벌인다. 유일한 규칙은 ‘아무런 규칙이 없다’는 것.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돈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욕심과 레이스에 끊임없이 끼어드는 사람들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경주는 흥미롭다. 더 놀라운 것은 주·조연이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들이라는 것. ‘사랑과 영혼’의 감독과 ‘총알탄 사나이’의 각본 및 제작으로 유명한 제리 주커가 연출했다. 과연!
▼ 맨 온 파이어 - 9월24일 개봉/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암살 전문가로 전 세계를 떠돌았던 전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 존 크리시는 이제 술에 빠져 폐인처럼 살아간다. 그는 오랜 친구 레이번의 권유로 멕시코 사업가의 어린 딸 피타의 보디가드가 된다. 피타는 크리시에게 잊었던 웃음을 되찾아주지만, 총격전 속에서 납치돼 결국 살해된다. 이에 크리시는 유괴로 먹고사는 거대한 멕시코 범죄조직을 상대로 혈혈단신 복수에 나선다. 1987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영화로 만들어졌던 작품을 ‘L.A. 컨피덴셜’의 각본가 브라이언 헬겔런드가 시나리오를 쓰고 ‘탑건’과 ‘크림슨 타이드’의 토니 스코트 감독이 연출해 새로 만들었다.
▼ 빌리지 - 9월24일 개봉/ 호아퀸 피닉스, 브라이스 달라스
주변이 모두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평화로운 삶을 찾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은거하듯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들은 숲 속에 사는 괴물에 공포를 느끼고 있으며 위태롭게 이어지는 평화를 깨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마을 청년 루시우스가 숲 속에 들어갔다 도망쳐 나온 다음날부터 마을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식스 센스’로 서구 공포영화에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6000만 달러짜리 신작. ‘식스 센스’만한 극적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감독이 원하는 것은 인식의 반전이 아닐지.
▼ 카르멘 - 9월24일 개봉/ 파즈 베가, 레오나르도 스바라 줄리아
오페라로 유명한 바로 그 ‘카르멘’을 영화화했다. 19세기 중반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남자들을 유혹하는 카르멘과 그녀에게 집착하는 군인 호세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 캣우먼 - 9월24일 개봉/ 할리 베리, 벤저민 브랫, 샤론 스톤
화장품 회사의 평범한 미술 디자이너인 페이션스는 회사의 기밀을 알게 되는 바람에 살해당한다. 화장품 회사 ‘헤데어’의 기밀이란 주름을 없애주는 고가의 화장품에 관련된 것. 페이션스는 고양이들의 도움으로 부활해 자유와 힘을 얻지만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페이션스는 자신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고, ‘헤데어’의 사주이자 모델인 로렐과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캣우먼’은 만화 ‘배트맨’의 한 캐릭터에서 할리 베리 주연의 블록버스터로 다시 태어났다. ‘캣우먼’의 운명도 ‘배트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도 마조히즘을 숭배하는 고양이처럼 보이는 할리 베리의 몸매와 세월은 속일 수 없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샤론 스톤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
▼ 스텝포드 와이프 - 10월1일 개봉/ 니콜 키드먼, 매튜 브로데릭, 베트 미들러, 글렌 를로스
거대 방송사의 CEO(최고경영자)인 조안나는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켜 명성과 부를 얻은 여성이다. 그러나 도가 지나친 탓에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고 신경쇠약에 걸리고 만다. 조안나를 위해 외조를 다해온 남편 월터는 아내를 위해 ‘스텝포드’로 이사 가는데, 그곳의 아내들은 인형처럼 예쁘고 집안일도 완벽히 해내는 반면, 남편들은 하나같이 평범하고 날마다 뭔가를 모의한다. 조안나는 유일하게 말이 통했던 페미니스트 소설가 바비마저 꽃무니 앞치마를 걸치자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조안나는 이 백치미 넘치는 스텝포드의 아내들이 과거에 모두 유능한 경영자거나 존경받는 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한다. 원작 영화는 1975년 제작되어 70년대 미국 페미니즘에 큰 반향을 일으킨 스릴러물이었으나 이번에 코믹하게 리메이크되었다. ‘인앤 아웃’의 프랭크 오즈 연출. 월터 역의 매튜 브로데릭은 ‘섹스 앤 시티’로 잘나가는 사라 제시카 파커의 실제 남편.
▼ 귀신이 산다 - 9월15일 개봉/ 차승원, 장서희, 장항선, 손태영
최근 개봉된 한국 영화 중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보이는 영화. 조선소 직원 필기는 자기 집을 꼭 사라는 부친의 유언에 따라 드디어 집을 장만한다. 그러나 이 집엔 이미 여자 귀신이 살고 있다. 집을 차지하기 위한 좌충우돌 코미디와 유명한 공포영화들의 패러디가 흥행 포인트. 오락물이긴 하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주택 소유욕을 소재로 해 공감을 얻고 있다. 감독 김상진.
▼ 80일간의 세계일주 - 9월16일 개봉/ 성룡, 스티브 쿠건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쥘 베른의 유명한 동명소설을 1억1000만 달러를 들여 리메이크했다. 괴짜 발명가 필로스 포그는 80일 동안 세계를 일주하는 세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의 하인은 훔친 불상을 고향으로 가져가려는 괴짜 파스포트. 이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달리 성룡이 맡은 파스포트의 액션 중심으로 진행되며 아놀드 슈워제네거, 캐시 베이츠 등 스타들이 대거 카메오로 등장한다.
▼ 슈퍼스타 감사용 - 9월15일 개봉/ 이범수, 윤진서, 류승수, 김수미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인천을 연고로 출범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악의 전적을 남긴 팀이다. 이 팀에서도 5년 동안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한 투수 감사용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감사용은 선발 등판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만년 ‘패전 처리 전문투수’로 불리는데 강팀 OB의 스타 박철순의 20연승을 앞둔 경기 출장을 자원한다. 픽션에서야 감사용이 이겼지만, 삼미는 이 경기에서도 패배했다. 80년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쓸쓸한 인천의 모습, 그리고 올드 스타일 로맨스 영화. 인호봉 역을 맡은 류승수의 연기가 돋보인다.
▼ 연인 - 9월8일 개봉/ 금성무, 유덕화, 장지이
각각 대만, 홍콩,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함께 공연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럭셔리하고 부패했던 당나라를 배경으로 민중 반란 조직인 ‘비도문’ 두목의 딸 메이와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떠돌이 무사로 변장한 진, 그리고 반란 조직을 소탕하려는 레오 등 세 사람의 비극적인 운명과 엇갈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2년에 걸친 제작기간이 보여주는듯 액션신은 무협영화의 현재를 말해주는듯 화려하고, 장이머우 감독의 색감은 정점에 이른 듯 아름답다. 이국적인 중국 무협영화에 관심 있는 영화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 엘리펀트 - 9월24일 재개봉/ 알렉스 프로스트, 에릭 듀렌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하이퍼텍 나다 1개관에서 재상영.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감독. 평화로운 고등학생들의 일상과 악몽 같은 총기난사 사건의 비극을 대비시킨 충격적 작품.
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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