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요무대 900회… 내가 너무 오래했나요?”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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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정훈희와 패티김이 가장 잘해요. 최희준은 내가 데뷔 시켰지. 가수들 어렸을 때부터 다 봐왔기 때문에 그 뒷 이야기를 많이 알아요. 내가 입을 열면 패티김하고 나훈아하고 날 잡아먹으려고 할 걸? 그래서 나 죽으면 출판하라고 책도 써놨습니다.”

11월8일 방송 900회를 맞는 KBS1 ‘가요무대’(월 밤 10시)의 김강섭(71) KBS 관현악단 객원지휘자. 1985년 11월4일 ‘가요무대’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19년 동안 한결같이 지휘자 자리를 지킨 ‘가요 무대’의 산증인이다. 87년 7월 리비아에서 열린 ‘가요무대’를 제외하면 모두 지휘자 자리를 지켰다.

그는 “너무 오래해서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가요무대’는 기성 가수들이 출연하는 대중가요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오래됐습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가 나오니까 가능했죠. PD들의 공이 큽니다.”

그는 53년 10여명으로 악단을 구성해 미8군 무대에 섰다. 61년 KBS에 입사해 관현악단장으로 34년을 지냈다. 95년 3월 정년퇴임했지만 ‘가요무대’는 객원 지휘자 자격으로 계속 출연하고 있다.

담당 서태룡 PD는 “‘가요무대’는 예전부터 자주 불리는 대중 가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김 단장이 아니었으면 900회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요무대’에서 불리는 노래 중에는 김강섭씨가 직접 작곡했거나 편곡한 노래가 많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김상희) ‘그 얼굴에 햇살을’(이용복) ‘나의 노래’(문정선)는 그가 작곡한 것이다.

그는 요즘 가수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가요무대’에는 다른 가수의 히트곡을 불러야 하는데, 요즘 가수들은 통 연습을 안해와요. 연습을 해도 노래방에서 하는 게 고작인데 노래방 곡들도 틀린 게 많거든요. 한번은 한 가수가 노래하는데 코드고 멜로디고 다 틀렸다고 지적하니까 ‘자기가 맞다’고 우기더군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죠.”

그는 요즘도 리허설이 끝나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을 안 해온 가수들에게 개인 지도를 해주곤 한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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