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트 칙스(White Chicks)’는 할리우드 흥행작에 대한 패러디로 인기를 끈 ‘무서운 영화’ 시리즈의 웨이언스 3형제가 호흡을 맞춘 작품. 맏형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가 각본과 연출을, 두 동생 말런과 숀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투씨’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 여장 남자가 등장하는 코미디가 꾸준히 제작됐지만 ‘화이트 칙스’는 한발 성큼 더 나아갔다. 30대 흑인 남성을 금발의 20대 백인 여성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인종과 성(性), 나이를 한꺼번에 뒤바꾸는 이 무모하고 기발한 발상은 웨이언스 형제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은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마술에 가까운 컴퓨터그래픽의 도움 대신 ‘몸으로’ 때웠다. 말런과 숀은 체중을 13kg이나 줄였다. 촬영 때마다 백인 미녀로 변신하기 위해 전신 화장과 보디페인팅을 했고 몸매를 보정해 주는 다양한 여성용 속옷도 입었다. 분장에 최대 12시간이 걸렸고 30kg에 이르는 화장품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두 사람은 원제 그대로 ‘White Chicks(젊은 백인 여성)’가 됐다.
하지만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것은 흑인도 백인도 아니고, 남성도 여성도 아닌 ‘괴물’이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웨이언스 형제의 관심은 그럴싸한 미인의 재창조가 아니라 이 괴물이 상류사회를 돌아다니며 만드는 엽기적 웃음과 상류사회에 대한 꼬집기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부담스러운 두 형제의 모습이 상류사회에서는 성형수술의 ‘약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어떤 친구는 불쑥 키가 큰 자매를 부러워하며 어디서 성형을 받았느냐고 묻고, 백인 여성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흑인 농구스타는 여장 남자에게 뜨거운 구애를 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여기까지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진부한 드라마와 엽기적인 묘사가 반복되면서 지루해진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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