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TV영화/14일]‘취화선’ 외

‘취화선’

◆취화선

제 5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임권택 감독의 2002년 작. 주연 최민식 유호정. 19세기 후반 천출인 자신의 운명과 시대상황을 조롱하며 광기어린 예술혼 속에 살다 간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삶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았다. 불가마를 바라보던 장승업이 무념한 표정으로 불길 속에 뛰어드는 라스트신은 최민식의 최고 연기 가운데 하나. 영화에 나오는 장승업 그림은 대역(代役)인 동양화가 김선두 중앙대 교수 등이 그린 작품이다.

어린 승업의 그림 재능을 알아차린 선비 김병문은 역관인 이응헌에게 승업을 소개한다. 승업은 이응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며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워 간다. 기생 매향과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며 교감을 쌓아가는 승업은 나날이 유명해지지만, 어명에도 아랑곳 않고 술에 취해야 신명나게 붓을 놀리는 신기(神氣)를 버릴 수 없다. 뭔가 도약해야 한다는 강박에 괴로워하던 승업은 어느 날 온몸의 기가 붓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낀다. ★★★★

◆역

‘철도원’을 연출한 일본 후루하다 야스오 감독이 일본의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을 주연으로 해 만든 1981년 작. 국가대표 사격 선수로 선발된 경찰 미카미는 바쁜 생활 때문에 아내에게 소홀해진 탓에 이혼 당한다. 그는 이후 계속되는 범죄사건에서 명령에 따라 범인들을 사살하지만 ‘백정경찰’이란 비난만 듣는다.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던 미카미는 어느 날 기리코라는 여인을 만나 위안을 얻는다. 원제 ‘驛’. ★★☆

◆차바에서 온 아이

각본 및 감독 크리스토프 뤼지아. 프랑스 도시 빈민가에 사는 알제리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알제리와 아랍 출신 배우들은 모두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1965년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 알제리 출신의 가난한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에서 최고가 되기를 원하지만, 어떤 재능도 타고나지 못한 아들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 부자간 갈등은 커져만 간다. 원제 ‘Le Gone du Cha^aba’. ★★☆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