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되는 ‘엑소시스트-더 비기닝(Exorcist-The Beginning)’은 ‘엑소시스트’(1973년) 이후 3번째 만들어진 속편이다. 이야기는 원작의 25년 전으로 돌아간다. 메린 신부가 몸속에 깃든 악령을 쫓아내는 엑소시스트(퇴마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다이하드2’ ‘클리프 행어’ ‘딥 블루 씨’를 연출한 레니 할린이 ‘…더 비기닝’의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이 벌써 작품을 다 말한다. 원작의 힘이 ‘덜 보여주고 많이 상상하게 하기’에 있었다면, 이 영화는 ‘많이 보여주고 본 만큼 상상하게 하는’ 쪽이다. 원작이 ‘오컬트 영화(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의 전통에 줄 서 있는 데 반해, 이 속편은 하나의 정점을 향해 가파르게 달려 올라가는 ‘호러 어드벤처’에 가깝다.
‘…더 비기닝’은 원작에 비해 훨씬 장르적이다. 이유는 사탄을 ‘타자(他者)화’했기 때문이다. 원작이 12세 소녀의 몸에 깃든 사탄이란 설정을 통해 악령을 ‘내 안’에서 느끼게 하는 사적 공포를 조장했다면, 이 속편은 사탄을 ‘내 밖’에 두고 강력한 괴물의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이 영화에서 악에 대한 선의 태도가 ‘위태로운 대항’이 아닌 ‘철저한 응징’에 가깝게 그려지는 것은 이렇게 무 자르듯 명징한 선악 구분이 당도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말이다.
할린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 영화는 특수효과를 자제하고 집중도를 높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악령에 오염된 하이에나 떼와 눈이 뒤집힌 채 침대에 묶여 부들부들 떠는 원주민 꼬마 등 관객이 무서워해야 할 대상과 사건은 필요 이상 많
다. 영화는 결국 확 벌려놓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꼭짓점으로 수습하지 못한 채 클라이맥스로 돌진한다. 그 사이 신, 믿음, 사탄, 고뇌라는 종교적 코드는 증발해 버리고, “지옥에도 선은 존재해요” “당신의 신은 이제 없어”와 같은 대사들은 영화의 본질이 아니라 데커레이션이 돼 버린다. 메린 신부와 그를 돕는 미모의 사라 노박 박사(이자벨라 스코럽코)는 각각 수컷과 암컷의 냄새를 풍기는 대신,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캐릭터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악령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 뿐”이라는 메린 신부의 말이 갖는 의미를 스스로 배반한 건 이 영화 자신 같다. ‘…더 비기닝’은 세련된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사탄의 존재를 관객의 마음속에 심으려는 의도와 욕심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것과 끔찍한 것은 다르며, 화들짝 놀라게 하는 것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분명 다르다. 18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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