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휴대전화 폴더를 열어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그녀의 e메일 ID 역시 ‘empress’(황후)다.
그녀는? 바로 ‘왕비 전문 배우’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뮤지컬 배우 이태원(40)이다.
“제가 ‘황후’로 너무 장기 집권하고 있죠? 1997년부터 ‘명성황후’ 역을 맡았으니 벌써 9년째입니다. ‘명성황후’ 말고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 ‘킹 앤드 아이’의 왕비 역을 맡았으니 아무래도 왕비 체질인가 봐요(웃음).”
창작뮤지컬 ‘명성황후’가 올해로 공연 1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명성황후’는 다음 달 4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시 올려진다. 한국 뮤지컬로는 유일하게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 본고장’ 무대에서 박수갈채 속에 공연됐고, 10년간 국내 창작뮤지컬의 ‘간판’이 됐던 작품이다. 이 때문에 이번 10주년 특별공연을 앞두고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회장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 10주년 기념사업회’까지 생겨났다.
영광스러운 10주년 무대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가장 오래 ‘명성황후’ 역을 해온 이태원이 맡았다.
‘명성황후’ 역을 맡았던 여배우는 총 6명. 초연 때는 윤석화가 맡았고 이태원, 김원정, 김현주, 김지현, 이상은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이태원은 지금까지 총 580회 공연 중 550회나 무대에 올라 최장기 ‘집권’했다. 명성황후가 부르는 곡은 모두 이태원의 음역에 맞춰 다듬어졌다. 브로드웨이 공연(1997년)과 웨스트엔드 공연(2002년) 등 주요 해외공연도 그녀가 도맡았다.
“‘명성황후’는 미국에 살던 제가 한국에 와서 살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고향 같은 작품입니다. 제게는 늘 돌아가고 싶은, ‘집’같이 느껴지는 작품이죠.”
이민 1.5세대인 그녀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다가 ‘명성황후’ 출연을 계기로 귀국했다. ‘명성황후’ 외의 다른 뮤지컬에서 그녀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명성황후’ 이미지 때문에 아무 작품이나 선뜻 출연하지 못한다”고 했다.
뮤지컬은 많이 하지 않지만 콘서트 무대에는 자주 선다. ‘명성황후’ 공연이 끝난 뒤 3월부터는 명지대 공연예술학과에서 강의도 맡는다. 최근에는 가수 조PD와 함께 앨범 ‘동행’도 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을까?
“아직도 거기(브로드웨이)에 제 에이전트가 그대로 있어요. 외국은 나이가 들어도 배역을 맡을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까 여기서 활동하다가 몇 년 후에라도 다시 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로 나이 마흔. 지난해 4월 연하인 배우 방정식 씨(34)와 결혼해 아직 신혼이다. 그녀는 “집에서 남편이 이름 대신 자꾸 ‘이불혹 이불혹’하고 부르면서 놀린다”며 웃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숫자로 본 명성황후 10년
4=명성황후 제작에 소요된 연수
5=명성황후가 쓰는 가채(머리장식)의
무게(kg)
6=명성황후 해외 진출 공연 횟수
9=최장기 출연 배우의 출연 연수
(박상희, 이장훈)
16=‘명성황후 최다 관람상’ 수상자의
공연 관람 횟수
20=명성황후와 고종 역 배우의 최다
나이 차이(윤석화 39세, 홍경인 19세)
54=명성황후 수록곡 수
240=10년간 공연한 배우 인원수
580=10년간 공연 횟수
1680=10년간 분장에 사용된 양면테이프 길이(m)
2320=10년간 분장에 쏟은 시간
3900=10년간 사용한 속눈썹과
남자 수염 개수
20,000=10년간 조명기에 사용된 셀로판지
길이(m)
116,000=10년간 특수효과를 위해
화약을 터뜨린 횟수
1,200,000,000=초연 때의 제작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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