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로맨틱 코미디 ‘알피’에 대한 설명은 이로써 충분할지 모른다. 연예 잡지들에서 부쩍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로 꼽히는 주드 로는 영화 첫머리부터 줄곧 카메라를 응시하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이는 영화가 모본으로 삼은 1966년 작 ‘알피’의 스타일을 따른 것. 그러니 주드 로를 원 없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배 터질 지경의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주드 로의 은근한 매력을 기대한다면 그 반응은 배부름이 아니라 허기나 입맛 버림이기 십상이다.
여자들이 유럽 남자라면 껌벅 죽는 도시라는 이유로 뉴욕 맨해튼에 사는 영국 남자 알피 엘킨스. 직업은 리무진 운전사지만 이는 그의 파란만장한 연애사업을 위한 부업일 뿐이다. 리무진은 그가 유부녀 고객과 사랑을 나누는 침실이자 새로운 헌팅 상대를 찾는 작업 공간. 알피를 만나는 여자들은 나이, 처지를 불문하고 이렇다 할 승강이 한번 없이 사랑의 노예가 된다. 알피는 밀고 당김의 과정이 아니라 방백(傍白)으로 자신의 ‘작업’ 기술과 연애관을 늘어놓는다.
패션광고 모음 같은 이 영화에서 그나마 심금을 울리는 사건은 알피가 돈 많고 아름다운 50대의 ‘선수’ 리즈(수전 서랜던)에게 역으로 차이는 대목이다. “남자가 있지? 말해 줘. 대체 그놈이 나보다 나은 게 뭐야?” “…너보다 어려.”
영화를 만든 찰스 샤이어 감독은 몰랐던 걸까. 제아무리 주드 로라 해도 여자는 자신의 눈길을 피하는 남자에게 매달리지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쉴 새 없이 수다 떠는 왕자병 환자에게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걸…. 21일 개봉. 18세 이상.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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