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신예 감독 크리스토페르 뵈의 장편 데뷔작 ‘리컨스트럭션’은 아주 복잡하다. 동시에 아주 간단하다. 이 영화는 “이건 영화다. 모두 허구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내레이션으로 처음과 끝을 맺는데, 이 말은 관객에게 두 가지 핵심적인 관람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머리’로 보기다. “이건 영화다. 모두 허구다”는 말에 농축돼 있듯 이 영화는 내용과 형식 자체가 ‘사랑’에 대한 거대한 은유다. 이렇게 끊임없이 ‘재구성(리컨스트럭션)’되고 늘 바뀌어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게 사랑의 기억이고 사랑의 마음이란 거다. 기존 애인과 새 연인 아메를 1인 2역(마리아 보네비)으로 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결국 사랑은 그 대상조차 내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한다.
둘째, ‘가슴’으로 보기다. 결국 토막토막 나누어지고 ‘인수분해’되는 게 사랑이지만, 그게 어떻건 사랑은 아프고 슬프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극중 독백이 가리키는 것처럼 이 영화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냥’ 바라본다면 정말 찡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이렇게 골 아프게 재구성해야 하는 게 사랑이라면, 도대체 동서고금 남녀노소 왜 그렇게 많은 인간들이 이거(사랑) 한번 해보려고 난리를 치는 걸까. 하긴, ‘별 것 아닌’ 걸 ‘별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예술의 존재이유 중 하나겠지만….
2003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