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되는 스릴러 ‘쏘우(Saw)’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살기(殺氣)다. 시종일관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면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당기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 에너지는 지하실 안과 밖에서 각각 벌어지는(혹은 벌어진) 두 개의 이야기를 교배시킬 때 생기는 화학반응에서 비롯된다. 우선 관객은 범인으로부터 주어진 톱, 담배, 총알,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지하실에서 탈출하려 발악하는 고든의 시점이 돼 스스로를 미치게 만드는 게임에 몰입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지하실 밖에서 일어난 범인의 엽기적 살인 행각과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탭(대니 글로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는 시각을 갖게 된다.
동양 호러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끔찍하면서 감각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정신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는 ‘쏘우’가 여느 스릴러와 다른 점은 연쇄살인 밑에 깔린 범행의 동기다. 이 영화는 어떤 도덕적 메시지를 희생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가장 비도덕적인 살인 행각을 일삼는 범인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통해 정신착란이나 단순 악취미가 범행 동기가 되는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와 다른 지점에 서고자 한다.
막판 반전을 통해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말 그대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 하지만 범인에 관한 복선을 주도면밀하게 깔아놓지 않은 탓에 100% 수긍하긴 어렵다. 제임스 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18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