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에 맞서 인류를 구원하라
영화 ‘콘스탄틴(Constantine)’은 어쩔 수 없이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묵시록적인 분위기와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 사이에 낀 주인공의 존재론적 고민도 그렇거니와, 무표정인 리브스가 인간 세계를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딱 ‘네오’와 겹쳐지기 때문이다. 다른 게 있다면 콘스탄틴은 제 한 몸의 영달을 위해 이런 일을 한다는 점이랄까.
이 영화의 주제어는 ‘균형(Balance)’이다. 혼혈종 악마와 천사가 이루는 힘의 균형이 세상이 유지되는 원리라고 설정한 것이나, 콘스탄틴이 사탄을 막기 위해 생각해 내는 마지막 비책도 이런 선악의 균형이란 개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예수를 찔렀던 창날이 발견되는 시작 부분부터 어둡고 무겁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가진 강력한 SF 영화가 탄생했다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 혼혈종 악마와 천사 균형이 키워드
삐딱한 카메라 앵글과 황량한 먼지를 강조하는 표현주의적 촬영. 이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세기말적 이미지는, 감정이 배제돼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콘스탄틴의 퇴마 액션을 올라타고 누아르적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콘스탄틴’은 주제어 ‘균형’을 통해 스스로의 결점을 말해버리는 셈이 됐다. 이 영화가 가장 취약한 대목도 바로 ‘균형’이기 때문이다.
‘콘스탄틴’은 묵직한 비주얼에 비해 정작 그 안에 숨겨놓은 메시지의 두께는 얇다. 여기서 비주얼과 메시지 간의 불균형이 생긴다. 이런 불균형 문제의 핵심은 “예수 믿어 천당 가자”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120분 동안 복잡하게 나올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콘스탄틴’은 묵직하면서도 현란한 비주얼 수준에 합당한 대사들을 구사하지 못함으로써, 메시지를 하나하나 벗겨가는 지적(知的) 재미를 주지 못한다.
○ 키아누 리브스의 누아르적 카리스마
대신 “모든 건 신의 계획하에 있다” “신의 뜻은 인간이 알 수 없어. 받아들일 수밖에” “넌 신을 믿는 게 아니야. 아는 것일 뿐이지” 같은 노골적인 대사들을 반복적으로 던진다. 콘스탄틴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이 가져야 할 입체성이 줄어드는 건 이런 직선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없는 대사 탓이다.
본질적이진 않지만, 이 영화는 다른 용도로는 빼어나다. 어려서부터의 흡연으로 폐암 선고를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콘스탄틴은 무려 10번이나 담배를 새로 물고 피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은총’을 받기 위해 담배 대신 껌을 씹는 마지막 장면은 ‘금연 캠페인’용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지포 라이터를 ‘턱’ 하며 끄는 리브스의 모습이 너무 멋진 게 걱정이지만 말이다.
설 연휴에 맞추기 위해 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다. 프랜시스 로런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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