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사장 개혁 후유증 크다”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15분


KBS 강동순(姜東淳·사진) 감사가 지난달 22일 경기 수원시 KBS연수원에서 열린 130여 명의 신입예비사원 대상 특강에서 정연주(鄭淵珠) 사장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개혁의 문제점과 공영방송의 편파성 논란을 따끔하게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 내용은 3일 발행된 ‘KBS 사보’에 소략하게 소개됐으나 본보가 별도 입수한 강연 원고 ‘젊은 방송인에게 드리는 제언’은 강도 높은 비판 내용을 담고 있다.

강 감사는 이 강연에서 “방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 사장이 팀제 도입 등의 개혁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큰 후유증을 낳고 있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게이트 키핑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라며 “이 같은 일은 지난해 북한의 적기가(赤旗歌)가 방영되고,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불륜이 드라마 소재로 다뤄져 물의를 빚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감사는 “국·부제 때의 간부 1121명 중 16%(183명)만 팀장으로 남고 84%(942명)가 평팀원으로 보직 해임되면서 일부는 현업에서 보람을 찾기도 하나 대부분 사기가 저하돼 사실상 인력 유휴화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감사는 또 “보도 부문에서는 기획 취재 기사가 과거보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제작 부서에선 완성도가 떨어지고 균형감각이 부족한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사례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강 감사는 또한 편파성 논란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젊은 직원들이 시민단체와 협력해 ‘개혁 코드’가 맞는 경영진을 맞이하고 열린우리당 의원의 후원회 회장이었던 문성근(文盛瑾) 씨를 지난해 4·15총선 때까지 사회자로 출연시켰다”며 “이로 인해 보수 야당을 지지하는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 편파성 시비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젊은 KBS인들이 시대정신이란 명분으로 방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표현했으며,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같이 ‘사용화(私用化)’한 것은 방송인의 윤리를 벗어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가 현실 정치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역사학자가 역사를 기록하는 것과 같은 자세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100% 출자하고 준조세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보수나 진보 어느 쪽에도 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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