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개봉 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을 일으키며 법원으로부터 일부 장면 삭제 명령을 받는 등 관심의 초점이 돼왔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논란이 개봉후 흥행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개봉 10일째인 13일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전국 93만명(서울 28만명)에 그치고 있다(배급사 집계). 설 연휴 상영작 치고는 성적이 저조한 편.
이에 비해 경쟁작 ‘공공의 적2’은 전국 관객 315만명(서울 92만 5000명), ‘말아톤’은 전국 301만명(서울 91만명)를 기록했다. 두 영화는 각각 지난달 27일, 28일에 개봉됐다.
주말 관객 수만 비교해 봐도 12~13일 이틀간 전국 15만2000명(서울 4만6300명) 관람에 그쳐, ‘공공의 적’ 31만6000명(서울 8만9000명), ‘말아톤’ 44만명(서울 12만6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맥스무비가 집계한 예매율에서도 15일 현재 10.43%를 기록해 ‘말아톤’(30.84%) ‘콘스탄틴’(27.12%) ‘공공의 적 2’(19.10%)에 이어 4위로 쳐졌다.
그렇다면 장외 논란에 비해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극장가에서는 우선 경쟁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스크린 수와 좌석 수를 꼽았다.
배급사의 갑작스런 배급 포기로 혼선을 빚은 탓에 개봉관 수가 경쟁작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
실제로 ‘그때 그 사람들’이 확보한 상영관 수는 전국 191개에 좌석은 3만1000석이다. 이에 비해 ‘공공의 적2’는 370개 상영관에 8만5000석이고 ‘말아톤’은 308개에 6만6000석이다.
두 번째는 극장가를 움직이는 20대 관객층의 유인에 실패했기 때문.
제작사인 MK픽처스는 “극장가를 둘러보면 30~40대 이상의 관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머리 희끗하신 50~60대 관객들도 10%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년층의 뜨거운 관심에 비해 20대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영화를 본 젊은 관객들은 대부분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 “왜 시해한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속 상황 설명이 대폭 생략된 탓에 10.26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내용 전달이 제대로 안된 탓.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감상평도 이와 비슷했다. 맥스무비의 영화 별점도 평가에 참여한 관객의 나이가 어릴수록 점점 내려갔다.
한 포털 사이트 영화 게시판에서는 “재미없다”와 “영화에서 재미만 찾나”로 갈려 세대간 논쟁이 벌이지기도 했다.
그 밖에 영화가 몰고 온 화제성에 비해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관객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감독의 시선은 10.26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그저 ‘비웃기만’ 한다. 넘어지고 깨지고 인상을 쓰고 변기에 앉아 고뇌하는 식으로….(ozzyz)”
“감독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부하의 총에 맞아 죽어도 싼 ‘다카키 마사오’의 악마성? 아니면 과대망상증 환자 김 부장이 벌인 하룻밤 활극? 영화는 둘 사이에서 지루한 줄타기만 하다가 어정쩡하게 끝나고 만다.(mitch49)”
간혹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대부분 “화제성에 비해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영화 밖에서의 논란이 오히려 관객들의 기대치만 높인 셈.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의원 모임인 ‘아침이슬’은 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그때 그 사람들’을 릴레이 관람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행사를 제안한 전병헌 의원은 “역사의 그늘을 양지로 당당히 꺼내놓고 젊은이들이 당시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의 릴레이 관람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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