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2’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촬영을 했고 대검찰청에서 첫 시사회를 가진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검찰 홍보색이 짙었지만 온몸을 던져 사회악과 싸우는 검사의 모습에서 관객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을 업고 검찰조직과 겨루는 거악(巨惡)을 초중고교 재단이사장으로 설정해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교육계는 영화처럼 5000억 원 외화 도피, 수억 원대 뇌물공여, 청부살인 같은 거악의 무대가 될 수 있을 만큼 풍족하거나 악독한 동네가 아니다. 교육계에도 크고 작은 비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있다 해도 권력집단에 비하면 소악(小惡)에 불과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다 보면 ‘영화적 리얼리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립중고교 법인협의회에서 이 영화를 사립학교법 개정과 연계된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했던 모양이다. 협의회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그때 그 사람들’ 가처분 결정에서도 다큐멘터리 장면만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 상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수사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강철중 검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강 검사는 영장도 없이 피의자의 집에 침입해 폭력을 휘두르고 수영장에서 육박전을 벌이다 권총을 머리에 들이댄다. 검사의 폭력과 불법수사를 영웅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 강 검사는 이런 짓을 해놓고 ‘경주지청’으로 좌천 발령을 받았는데 이건 파면 구속감이다. 검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영화라니 세세한 부분에서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
‘공공의 적 2’에서 국회의원, 교육, 언론은 거악을 비호하는 소도구로 등장한다. 국회의원을 향해 ‘칼만 들지 않은 강도’라는 표현이 서슴없이 나온다. 골프를 치고 돌아갈 때는 승용차에 1억 원짜리 보따리가 몇 개씩 실린다. 차떼기도 하는 동네니까 이런 풍자를 당해도 가처분 신청을 내지 못한 것 같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화씨 9/11’이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방영되는 것을 보더라도 영화는 다른 어떤 대중예술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한껏 구가하는 장르다. 텔레비전 방송이 권력기관의 지원을 받고 그 기관을 미화하면서 다른 쪽을 영장도 없이 짓밟는 ‘공공의 적 2’ 유형의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아마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끝으로 ‘말아톤’ 이야기. 장애 청년에서 영웅의 모습을 찾아낸 휴먼 스토리가 찡한 감동을 주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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