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어린 소년과 소녀가 사랑을 어떻게 책임지는가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한다. 아이들이 ‘모방범죄’를 일으킬까 겁난다며 흥분하는 어른들 반응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 속에서 ‘책임지는 자’는 어린 엄마(제니)의 어머니다. 고교생쯤 된 제니와 주노는 공부를 하는데 어머니 역의 김자옥이 아기를 돌보는 것이다. 전국의 여학생 어머니들이 분노해 궐기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딸 가진 게 죄냐! 하면서.
▷자유분방할 것만 같은 미국서도 중고교마다 순결교육(Abstinence-Only Sex Education)을 강조하는 건 ‘순결=도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서 태어나는 아기의 셋 중 하나, 흑인 아기의 셋 중 둘, 그리고 10대 엄마가 낳은 아기 넷 중 셋은 혼외(婚外) 출생이라는 통계가 있다. 어린 여학생이 임신할 경우 대체로 아빠도 어리기 때문에 미혼모가 될 가능성이 크고, 학교도 다니기 힘들어서 그만두게 되고, 그러면 좋은 직업을 갖기도 어려우므로 아이까지 가난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어서다.
▷영화가 비장한 척 써 붙여놨듯이 ‘생명존중 사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린 엄마의 비극이 사회빈곤층을 확산시킨다면, 열다섯 살짜리가 ‘사랑’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 과연 책임지는 태도이며 생명존중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낙태를 장려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여중생의 임신과 출산을 미화하는 건 청소년 인터넷 성매매 못지않게 부도덕하다. 10대의 사랑과 순결과 피임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됐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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