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을 늘리려면 좋은 종자를 써라”
▽인재 발굴에 투자=설평 상단은 소금 한 섬을 달포(약 한달)동안 팔아 이문을 남기는 일꾼들을 채용한다. 당시 소금은 값이 비쌌다. 지원자 10명 중 4명은 소금을 갖고 종적을 감춘다. 나머지 6명은 이문을 갖고 돌아오지만 4명이 가져간 소금은 손실인 셈이다. 그래도 설평은 의연하다.
“장사란 혼자서 할 수 없다. 수확을 늘리려면 좋은 종자를 써야지.”
설평의 눈은 장보고를 놓치지 않는다. 장보고의 무예 솜씨를 눈여겨 본 설평은 호위 무사로 채용하기 위해 ‘선금으로 은자 200냥, 검투장에서 살아남으면 은자 200냥 추가’라는 조건으로 그를 입도선매한다. 장보고는 최고의 검투사가 된다.
“운좋게 번 떼돈은 실패보다 못하다”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시스템=설평은 운 좋게 번 떼돈보다 실패하더라도 훌륭한 경영전략을 높이 평가한다.
비단 매입을 위해 당나라 유주(幽州)로 간 두 상단. 이도형 상단은 열흘 일찍 도착해 비단 사재기에 나선다. 뒤늦게 도착한 설평 상단은 폭등한 비단 값에 난감해했으나 유주의 절도사가 갑자기 죽어 비단 값은 폭락한다. 설평 상단은 이문을 크게 남긴다.
설평은 그러나 경쟁사보다 먼저 가지 못했고 비단값 폭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인들을 호되게 꾸짖는다.
두 상단은 양쯔강과 황허를 잇는 대운하 운항권을 따기 위해 중국 황실로 세곡을 운반하는 경합을 벌인다. 이도형 상단은 민란으로 대운하가 봉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둘러가는 육로를 택하고, 설평 상단은 지름길이나 바람을 거슬러야 하는 바닷길을 택한다. 장보고는 역풍을 뚫고 항해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항해 도중 설평의 외동딸이 심하게 배멀미를 하는 바람에 설평 상단은 늦게 도착한다. 설평은 책임자인 장보고를 내치라는 간부들의 요구에 “바닷길을 택한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그를 중용한다.
“목전의 이익을 위해 명분없는 길에 서지말라”
▽목전 이익보다 명분 고수=이도형 만큼이나 간상인 자미부인(채시라)은 당나라로 건너와 설평과 이도형에게 밀무역을 제안한다. 이도형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 단숨에 천리를 갈 수 있다”며 흔쾌히 허락하지만 설평은 거절한다.
“목전의 이익을 위해 원칙을 저버릴 순 없지.”
설평이 손해를 보면서도 명분을 중시하는 이유는 나중에 더 큰 이문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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