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마파도’ 그곳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11분


사진 제공 AM CINEMA
사진 제공 AM CINEMA
건달 재철(이정진)과 비리형사 충수(이문식)는 로또복권 당첨금 160억 원을 가로채 달아난 다방 종업원 ‘끝순이’를 쫓는다. 그들이 당도한 곳은 인적이 드문 섬 ‘마파도’. 인구 5명(모두 할머니)이 공동 생산해 공동 분배하는 체제의 이상한 섬이다. 20년간 남자 구경 한번 못 해 본 이곳의 ‘엽기 할머니’들은 재철과 충수를 때론 어르고 때론 살벌하게 협박하면서 밭갈이와 지붕 보수 등 각종 일거리를 위한 ‘머슴’으로 부리기 시작한다.

‘마파도’는 ‘대마’와 ‘노파’가 있는 섬이란 뜻. 제목처럼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5명의 중견 배우들(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김형자 길해연)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 것. 이들 아줌마 배우들이 연기하는 ‘5인방’은 주황색 땀복에 낫을 거머쥔 ‘단발머리 할머니 일당’을 담은 영화 포스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진짜 ‘사람 냄새’ 나는 여인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억지스러운 코미디와 과잉 액션을 선보이기보다는 배우 각자가 오랜 기간 쌓아 온 자신의 기존 이미지들을 편안하게 ‘재활용’하고 ‘강화’한다. “이 씨XX 놈아”란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욕쟁이 ‘진안 댁’(김수미)과 총각들에게 잘 보이려고 밭 맬 때도 진한 화장을 잊지 않는 애교덩어리 ‘마산 댁’(김형자)의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고 친숙한 건 이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 못지않게 관객의 마음을 강하게 붙잡는 요소는 시간이 정지된 듯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마파도’(촬영지는 전남 영광군 동백마을)의 전원풍경. 지구상에 없는 유토피아를 목격하는 듯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아쉬운 점은 ‘사람 냄새’에 대한 강박. 악질이던 충수가 ‘정의롭고 따스한 인간’으로 돌변하는 장면은 아무리 ‘모든 인간을 끌어안는 섬 마파도’라 하더라도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 버렸다. 추창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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