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세계로] 진출전략 어떻게

  • 입력 2005년 4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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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스튜디오용으로 제작 추진 중인 영화 ‘노르망디의 포로’(가제)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간 한국인 병사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 독일군, 미군에 연속적으로 포로가 됐다가 결국 미군의 도움으로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李玖·74) 씨와 미국인 부인 줄리아(82) 여사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한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제2차 세계대전 혹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소재에다 구미(歐美) 사회에 여전히 그 문화나 역사가 낯선 한 한국인의 인생유전이나 왕실 문화라는 이국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이는 CJ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시장에서 히트할 것으로 보는 전략 중 하나인 ‘크로스 컬처(cross culture)’ 요소.

CJ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일본 중국 시장조사를 통해 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진출 전략을 짜놓았다.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 전략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①아시아 문화를 소재로 ‘조이럭 클럽’처럼 아시아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를 이용한 저예산 상업영화 제작. 아시아계 미국인 1189만 명이 타깃이다.

②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자국어로 제작한 저예산 예술영화를 유럽 미국 등의 유수 영화제에 소개해 알린 뒤 이를 발판으로 진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대표사례다.

③제작비 1000만 달러(약 100억 원) 이내인 미국 저예산 상업영화의 재능 있는 감독들을 발굴해 투자하고 배급한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수상작인 토머스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가 모델.

④크로스 컬처를 소재로 한 메인 스트림 영화 제작. ‘노르망디의 포로’처럼 할리우드 스타를 기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미국작가가 쓰게 하고 할리우드의 투자를 받아 세계에 배급한다.

⑤언어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와호장룡’ ‘영웅’ 등의 무협액션 장르영화와 ‘링’처럼 리메이크로 미국흥행에 성공한 공포영화는 판권을 넘기기보다 직접 제작한다.

CJ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시장 개척과 함께 지난달 일본 최대의 출판·영상기업인 가도카와 홀딩스와 영화 배급 및 제작 분야의 사업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현재 시나리오를 10개씩 교환해 공동으로 제작 투자 배급할 작품 선정에 들어갔다.

업계 2위인 쇼박스도 해외시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쇼박스는 글로벌 스튜디오 전 단계로 해외 관객층을 창출하는 극장 건설에 들어갔다. 쇼박스는 2003년 9월 베이징(北京)에 5개관 규모의 멀티플렉스를 개장했고, 상하이(上海)에 제2관 건설을 추진 중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글로벌 스튜디오의 목표는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해 현재 전체 한국 영화 매출액의 10%에 불과한 해외수입(收入)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 목표로는 미국 내 영화 흥행수입의 5% 획득을 꿈꾸고 있다. 2004년 미국 내 영화 흥행수입(박스오피스)이 총 95억3920만 달러임을 감안할 때, ‘5% 목표’가 실현될 경우 연간 4억7696만 달러(약 4769억 원)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 2004년 한국영화계가 수출로 벌어들인 5800만 달러(약 580억 원)의 10배 가까운 수입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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