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한 홍상수 감독

  • 입력 2005년 5월 11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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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심사위원장 에미르 쿠스투리차(왼쪽에서 네번째 앉은 사람)감독과 아녜 바르다(가운데 여성) 감독, 우위썬 감독(바르다 감독의 오른쪽) 등 영화제 각 부문 심사위원들이 칸 해변에 모였다. AP=연합
11일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심사위원장 에미르 쿠스투리차(왼쪽에서 네번째 앉은 사람)감독과 아녜 바르다(가운데 여성) 감독, 우위썬 감독(바르다 감독의 오른쪽) 등 영화제 각 부문 심사위원들이 칸 해변에 모였다. AP=연합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뒤늦게 ‘깜짝’ 초청된 홍상수(44) 감독의 영화 ‘극장전’(27일 국내 개봉)이 11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한 감독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2년 연속 진출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데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리모 씨가 이 영화의 VHS 테이프를 우연히 보고 매료돼 경쟁작에 긴급히 추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장전’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장전’은 선배가 만든 영화를 보고 나온 예비 영화감독 동수(김상경)가 영화의 여주인공 영실(엄지원)을 극장 밖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인물에 대한 싸늘한 관찰을 즐기던 홍 감독이 줌 인(zoom in·렌즈 조작을 통해 사물이 확대되도록 당겨 찍는 방식)이란 적극적 촬영방식을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두드러진 변화다.

이날 시사회가 끝나고 홍 감독을 만났다.

―칸 경쟁부문에 2년 연속 진출했다.

“기대를 전혀 안 해서 나도 놀랐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예비 영화감독 동수는 막판에 “생각을 더 해야 돼.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다”며 강박증을 보인다. 감독 자신을 빗댄 인물인가.

“여자건 남자건 영화 속 모든 인물은 나를 닮아 있다. 동시에 날 포함해 어떤 인물도 고스란히 옮겨지진 않았다. 삶의 여러 조각들이 모여 영화 속 하나의 삶을 이루는 것이다.”

―촬영기법에 변화가 보인다.

“줌 인과 더불어 내레이션을 내 영화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스타일을 바꾸려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직관에 따랐을 뿐이다. 줌 인은 몇 가지 용도가 있다. 우선 여느 영화에서처럼 정서적인 증폭 효과를 낼 수 있고, 두 번째는 연속해 찍으면서도 마치 컷을 나누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세 번째는 통상적으로 줌 인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느닷없이 줌 인을 사용함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의 수사(修辭)가 된다.”

―배우 엄지원을 선택했다. 그녀의 매력은….

“눈이다. 엄지원은 눈이 생명이다.”

홍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김상경은 “감독이 내게 너무 많은 장치를 숨겨놓아서 두통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엄지원은 “여배우로서 맨 얼굴을 카메라 앞에 내놓거나 평소 입고 다니는 옷 그대로 출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기덕 감독이 소수 극장에만 자신의 신작(‘활’)을 걸어 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배급 방식을 내놓았다. 평단의 평가에 비해 흥행에선 어려움을 겪는 홍 감독으로선 이를 어떻게 보는지.

“내 영화 중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게 없다.(웃음) 제작비를 줄이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번에 내가 영화사를 만들어 ‘극장전’을 찍은 것도 내가 먼저 금전적 희생을 하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으겠다는 뜻에서였다. 이 영화도 적은 수의 극장을 잡아 몇 주 정도는 상영을 보장받는 방식을 배급사(청어람)와 논의 중이다.”

이번에 4번째(‘주목할 만한 시선’ 포함)로 칸을 찾는 홍 감독이지만,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우위썬(‘미션 임파서블 2’를 만든 중국 감독) 같은 분이 심사위원으로 있는데 내 영화를 잘 봐줄 리 있느냐”는 우스갯소리를 직원들에게 할 만큼 여유 있는 모습이라고 이 영화 관계자는 전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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