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코치 카터’ 실제 모델 켄 카터 e메일 인터뷰

  • 입력 2005년 5월 12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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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치 카터’의 실제 인물인 켄 카터(왼쪽). 오른쪽은 영화 속에서 켄 카터로 연기한 배우 새무얼 L 잭슨.
영화 ‘코치 카터’의 실제 인물인 켄 카터(왼쪽). 오른쪽은 영화 속에서 켄 카터로 연기한 배우 새무얼 L 잭슨.
진정성이 돋보이는 영화 ‘코치 카터(Coach Carter·13일 개봉)’는 1999년 미국 신문과 방송을 떠들썩하게 만든 고교 농구 코치 켄 카터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고교 농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지금은 남루한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켄 카터(새무얼 L 잭슨)는 어느 날 모교인 캘리포니아 주 리치몬드 고교의 농구 코치를 맡게 된다. ‘대쪽’ 같은 성격의 그는 이 가난한 동네의 학생들이 가진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씻어내기 위해 운동과 학업 모두에서 승리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농구 성적에 비해 선수들의 학업성적이 약속한 수준에 못 미친다. 그는 학교 농구장을 전격 폐쇄해 전 미국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2000년 ‘캘리포니아 주 최고의 코치 상’을 받고, 시티플라이트 뉴스매거진으로부터 그해 스포츠 부문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미국인 10명’에 선정된 켄 카터. 이젠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켄 카터 코치 재단’을 설립할 만큼 미국 교육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된 그를 최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영화에 만족하나.

“촬영이 진행되던 4개월간 현장에서 컨설팅을 했다. 배우 캐스팅에도 내 누나 7명, 여동생, 어머니, 남동생, 아들과 모두 상의했다. 나를 연기한 배우 새무얼 L 잭슨의 연기는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불량학생들을 다잡아 성공인으로 키우는 픽션 영화는 많다. 이 영화는 무엇이 다른가.

“틀에 박힌 ‘할리우드식 엔딩’을 피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농구팀은 주(州) 챔피언 대회에 나가 감동적인 승리를 거두는 대신 지고 만다. 영화의 98.5%가 사실이다.”

―당신은 선수들과 △수업 받을 때 맨 앞자리에 앉을 것 △경기장에는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나올 것 △C+ 이상의 학점을 받을 것을 약속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너무 심하지 않았나.

사진제공 UP코리아
“나는 학생들이 농구를 잘 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원한다. 교실에서 맨 앞자리에 앉고 경기장에는 정장을 하고 나오도록 하는 이유는 그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나 스스로 아주 진지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라는 뜻에서다. 진정한 승자(winner)는 남을 생각하고, 기본적으로 겸손하며, 승리가 팀워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안다. 친구 간에도 말끝마다 ‘서(sir)’란 경칭을 붙이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철학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하루 1%씩만 좋아지도록 노력하라. 그럼 100일 뒤에는 100%가 향상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평균(average)에 만족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거다.”

―빈민촌의 타락한 아이들이 선수의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무섭진 않았나.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간의 경계는 분명해야 하지만, 양쪽이 해야 하는 노력의 양은 공평해야 한다. 이런 생각만 가지면 학생들의 반발이나 반항이 두렵지 않다. 내 고민거리는 아이들 대부분이 아버지 없이 자라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뭔가 강력하고 권위를 가진 남성적 존재를 따른다는 사실 자체를 영 내켜하지 않았다.”

―농구팀의 연습장을 폐쇄할 때 많이 고민했겠다.

“내가 체육관 출입문을 자물쇠로 꽁꽁 걸어 잠그기 전에 고심했던 것은 이런 것들이다. 첫째, 이 일로 선수들이 공부 습관이나 학교에서의 태도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스스로 깨달을 것인가. 둘째, 아이들은 내가 정말로 그들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해서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까. 셋째, 내 아들 데미안이 내 결정을 존중하고 나를 도와줄 것인가.”

―당신 아들도 좋은 사립학교를 스스로 뛰쳐나와 당신이 코치로 있는 학교로 옮겼는데….

“아들이 상의 한번 없이 결정해서 처음엔 화가 치밀었다. 나중에는 아들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될성부른 잎’을 어떻게 알아보고 제대로 이끄는가.

“교육이란 성공으로 가는 열쇠 같은 거다. 나는 그들의 품성이 기본적으로 어떠한가를 살피고, 그 다음엔 역경에 직면할 때 이를 견뎌내는 모습과 능력에 주목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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